영화 소개
워낭소리
와인매니아1
2009. 2. 23. 22:33
세상은 너무 빨라지고...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슬픔조차 느끼지 못한다...
요즘 독립영화 워낭소리로 영화계가 들썩이고 있다. 독립영화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었다는 once를 간단하게 물리친 것은 물론 헐리웃의 대작영화들과도 당당히 견주고 있다. 제작비, 소재, 관객 등 하나하나의 요소가 모두 이슈화 되며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잊혀져 가는 것들이 너무 많은 사회이다. 너무나도 잔인한 일들이 많이 행해지고 있고 너무나도 약삭빠른 존재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걱정인 사실은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해 잊혀져 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약을 안치고, 소를 이용해 밭을 갈고, 한미FTA건 뭐건 소값이 떨어지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장면처럼 바보가 되어버리는 세상이다. 생존할 수 없는 세상이다. 할아버지는 그러한 세대의 마지막 끄트머리 이다.
잊혀지고 말 것이다. 잊혀질 수 밖에 없는... 그런 소박하고 우직한 삶의 이야기가 작은 영화로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도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의 내용은 사실 일상적이며 단순하다. 하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자연스러운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울 정도이다. 주인공 할머니의 잔소리는 웃음을 자아내고 할아버지의 고집스러움은 보는이로 하여금 깊은 생각에 빠지게끔 만든다. 어떻게 보면 정말로 우직하고 묵묵한 것은 늙은 소가 아니라 할아버지 스스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실제로 그러할 것이다. 워낭소리는 할아버지에게서 나는 소리인 것이다. 할아버지의 우직하고 고집스러웠던 평생을 담은 한결같은 소리인 것이다.
사실 주인공들에겐 너무도 일상적이며 자연스러운 내용이지만 젊은 관객들에겐 잘 모르는 잊혀져 가는 내용에 관한 것이다. 반면 영화관을 가득 채우신 장년층 관객분들에겐 잊혀진 향수를 끄집어내는 삶에 관한 것이다.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자 향수인 것이다. 그래서 서로 다른 관점에서 모든 연령층의 관객이 영화에 푹 빠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영화의 키포인트는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 나레이션이다. 무슨말인고 하면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어르신들의 짧은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이 영화와 너무 잘 버무려 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보는 내내 그러한 웅성거림들이 마치 영화의 한 요소인 것처럼 받아들여졌고 오히려 그러한 소리조차 놓칠 세라 여기저기의 소리에 집중하기도 하였다. 마치 시골에 계신 할머니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어떠한 측면에서 보면 영화라는 매체의 일방성에서 벗어나 영화도 관객과 교감을 이룰 수 있다는 처음을 보여준 영화라 할 수도 있겠다.
영화를 보고 나서 특히 젊은 세대가 꼭 봐야 할 영화라고 느꼈다. 잠시 멈춰서 너무 빠른 것에선 찾을 수 없는 깊은 의미에 대해 깊이있는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워낭소리를 통해 또다른 의미를 찾아내신 분이 많았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