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건데?
청소,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건데?
--잘 버리기 / 양순자 (글)
청소라는 게 먼지 쓸고 닦는 것만 청소가 아니잖아.
청소는 깨끗하게 하려는 거고, 깨끗이 하려면 버려야 하거든.
집에 쓸데없는 물건이 있으면 버려야 깨끗해지는 거야.
집안 구석구석에 1년 내내 한 번도 쓰지 않는 걸 쌓아두고
있으면 진정한 청소라고 할 수 없어.
청소가 정리한다는 뜻도 있는데 정리가 뭐야?
어느 물건이든 있어야 할 자리에 갖다 놓는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안 쓰는 물건이 집에 있으면 그건
제 자리에 있는 게 아닌 거지. 왜 노래도 있잖아.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간 풍경이라고.
내가 어떤 물건을 어떻게 버렸는지 잘 봐뒀다가
한 번만 따라해 봐. 어떤 느낌이 가슴을 팍 치고
들어올 테니까. 제일 먼저 상패 버린 이야기부터 할게.
내가 상패가 좀 많았어. 재소자들 상담하고 사형수들
상담하고 그러니까 여기저기서 상을 좀 주더라고. 다른
상들은 모르겠고, 국무총리가 준 상도 있었다는 것만
기억나. 그 상들이 지금 어디 있는 줄 알아?
난지도에 있어.
왜 버렸냐 하면 내가 그 상패들을 늘 보고 있으면
은근히 우쭐해지겠더라고. 상이라는 게 주는 자리에서
박수 한번 치고 칭찬해주고 끝나면 좋은데 그게 잘
안 되더라는 거지. 이래봬도 내가 이런 상을 탔는데….
요런 마음이 생기는 거야.
‘야, 이것이 나를 번뇌케 하는구나, 이 놈의 상패가….’
그래서 몽땅 난지도에 갖다 버렸지. 나를 불편하게
하니까 제자리에 있는 게 아니지. 그래서 버린 거야.
한 십몇 년 됐지 싶은데, 그때는 난지도에 한창 쓰레기를
갖다 버릴 때였어. 동네에다가 버리면 혹시 사람들이
상패 주인을 알 수도 있으니까 거기 갖다 버린 거야.
이번에는 옷 버리는 기술을 전수해 줄게.
옷이라는 게 그래. 아무리 비싸도 안 입게 되는 옷이
있단 말이지. 살 때는 마음에 꼭 들어서 샀는데
막상 입으려고 하면 꺼려지는 옷이 있단 말이지.
또 좋은 사람한테 선물 받았는데 그게 자기 취향이
아닌 경우도 있어.
말이 옷이지. 안 입는 옷을 옷이라고 할 수 있어?
쓰레기지. 그런데 옷은 상패하고 달라서 다른 사람이
쓸 수 있잖아. 그럼 얼른 구국의 결단을 내린다고
생각하고 옷장에서 쫓아내버려. 옷 사이에 쓰레기가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 나는 옷을 버릴 때 이렇게 버려.
우선 하얀 종이에다 이렇게 쓰는 거지.
‘이 옷은 드라이가 돼 있으며 이것은 깨끗한 옷입니다.
산 지 몇 년 됐으며, 내 사이즈에 맞지 않아서
내놓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가져가세요.’
이렇게 써놓고 투명한 비닐 같은 데다 옷하고 쪽지를
가지런히 넣고 경비실 옆에 있는 옷함에다 올려놓는 거야.
대부분 1시간 안에 다 해결돼.
그럼 기분이 굉장히 좋아.
꼭 필요한 사람이 가져갔고, 가져간 사람이
누군지 모르고, 그 사람도 내가 누군지 모르고,
옷장은 또 옷장대로 넓어지고. (중략)
쓰레기라고 그냥 버리는 게 아니야. 버리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한 거거든. 쓰레기라고 마음대로
버리지 말고 성의껏, 최선을 다해서 버려야 한단 말이지.
나는 매일 내게 들어온 물건들을 정리해.
이건 버릴 거, 이건 보관할 거….
이렇게 정리를 하니까 집안에 쓰레기가 쌓일
틈이 없는 거야. 인생 단수를 올리고 싶은 사람들은
버리는 연습을 자꾸 해봐.
그러면 최소한 지금에서 두 급수는 올라간다고
내가 장담하지. 거기다가 쓰지 않는 물건들을
집에서 내보내면 거기 묻어서 근심도 버려질 텐데
얼마나 좋아. (*)
출처 : 『인생구단』(양순자 지음)
글쓴이 양순자 : 1940년생 서울 구치소 교화위원으로
29년간 사형수 상담. 법무부 교정대상(박애상),
국무총리 인권옹호상, 법무부 장관상 등 수상.
현재 안양교도소 정신교육 강사, 양순자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