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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 산신 할무당 할매

와인매니아1 2010. 11. 20. 14:35

 산신-------내연산 할무당 할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끔찍이도 산신을 섬겨 왔다. 어느 산에든 산신이 있다고 믿었기에 아직도 산에 시신을 매장하거나 조상 묘에 제사를 지낼 때에는 산신제부터 지내는 풍습이 마치 순서처럼 되어 있다. 사찰 뒤편엔 으레 산신당이 있을 정도다.

산신 중에서도 이름난 산신이 더러 있다. 삼국유사에는 석탈해왕이 죽어 토함산 산신이 되었다 하며, 박혁거세 왕비인 알영부인은 선도산(仙桃山) 성모(聖母)가 되었다 한다. 또 제2대 남해왕의 부인 운제부인(雲帝夫人)은 운제산(雲梯山, 포항시 대송면) 성모가 되었다고 한다. 성모는 신모(神母), 즉 여신(女神)을 말한다.

지리산 산신은 지리산 성모이다. 석상으로 새겨져 오랫동안 천왕봉을 지키고 있던 중 수난을 받아 조각난 채 흩어져 있다가 현재 경남 산청군 천왕사에 모셔져 있다. 소백산 죽령의 산신은 산도둑을 물리치게 한 ‘다자구 할머니’이다.


포항을 대표하는 산, 내연산에는 어떤 산신이 있는가? 바로 ‘할무당 할매’다. 물론 지리산 산신이나 죽령 다자구 할머니처럼 여신이다. 포항시 북구 송라면 대전3리(산령전) 마을 뒷산 중턱에는 백계당(白啓堂)이라는 현판이 붙은 신당이 하나 있다. 바로 내연산 밑에서 오랫동안 내연산의 은혜를 받으면서 살아온 송라면, 청하면 일대의 주민들이 신봉하는 산신인 할무당 할매를 모시는 신당이다.

신당 안에는 조성 연대가 불분명한 높이 40cm 정도 되는 석조 신상을 모셔 두었다. 경주 남산 부처골 감실여래좌상을 닮은 할무당 할매 석상 옆에는 남신의 위패가(南無大權山王大神)-대권산왕대신- 함께 모셔져 있는데, 남신은 할무당 할매와 내외간이라 한다.


이 신당은 원래 현재 위치에서 위쪽으로 약 4km쯤 떨어진 내연산 문수봉과 삼지봉 사이 할무당재(해발 약 710m)에 있었으나, 1928년에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1929년 이건한 것으로. 옮긴 사유는 할무당재가 마   을에서 너무 먼 산간고지에 있어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고, 특히 야간에 제사 지낼때 제수 운반부터 인원 동원 등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위치로 이건할때는 무당을 불러 굿을 했다고 한다.

옮긴 후 개신교 신자들에 의해 신상이 계곡에 내팽개쳐지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지만, 할무당 할매를 신봉하는 사람들에 의해 다시 제자리에 모셔지게 되었다.

할무당의 명칭과 신화를 잠시 살펴보면

옛날, 보경사에 박씨 성을 가진 할머니 보살이 있었다. 자식도 없어 의지할 데도 없는 사람인데, 나이는 많아지고 해서 걱정이 되자, 부처님께 “부처님, 날 공들이는 데 데리고 가 없애 주시오.”하고 기도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호랑이가 나타나 보살을 업고는 산꼭대기에 데려다 놓았는데, 거기서 할무당 할매가 되었다. 주민들이 신기하게 여겨 거기다 신당을 짓고 할매를 모셨다.


이 신화에 의하면 할무당은 무속신앙이면서 불교와 관련이 깊고, 특히 가까운 보경사와 연관돼 있다. 할무당은 산령전 마을의 각종 기록에 한자로 ‘姑母堂’이라 표기하고 있다. ‘고모당’의 ‘고모(姑母)’는 ‘할머니’란 뜻이며, ‘할무당’의 ‘할무’는 할머니의 이 지방 사투리 ‘할무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당(堂)’은 존칭 접미사이다.

할무당 할매를 신봉해 온 사람들은 대체로 내연산에서 풀을 베거나 땔감을 얻고, 이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는 인근 14개 마을(산령, 덕곡, 학산, 하광, 광천, 조사, 방어, 방화, 독석, 이진, 대진, 하산, 심방, 두곡)의 주민들이다. 이들 주민들은 일찍이 백계당숭봉계(白啓堂崇奉契)를 조직하여 할무당 할매를 모셔 오고 있다.


할무당 할매가 영검하다는 소문은 일찍이 14개 마을의 주민들뿐만 아니고, 부산, 대구 등 멀리서 와서 기도하는 외지인을 낳았다. 치성 드리는 불빛이 꺼지지 않아 신당이 있는 곳 일대를 ‘불썬개골’이라 부를 정도였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영험담이 할매에 대한 신앙심을 강하게 떠받치고 있다.


▪ 할무당 할매가 모셔진 백계당 앞을 지날 때는 우마를 타고 지날 수 없다고 전해지는데, 만약 우마를 타고 지나가면 발굽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 자식을 얻지 못하는 자가 기도하면 영험이 있다. 조사리의 장모 씨는 환갑이 되도록 무자식이었는데, 할매한테 공을 들인 후 60세가 넘어 자손을 봤다. 그런 후 매년 제사때마다 참례한다

▪ 6.26 전쟁 때 격전지였지만 이 신당만은 폭격을 면했다.

▪ 1986년, 이 곳에서 산판 사업을 하던 사람이 산판길을 뚫는다며 이 신당 앞에 있는 아름드리 노송 세 그루를 베어내고 길을 냈다. 그 후 어느 날 차에 산판으로 베어낸 목재를 가득 싣고 이 앞을 지나가다가 차가 전복되어 현장에서 즉사했다.


현재 할무당 할매를 모시는 곳은 내연산 기슭 전역이라 과언이 아니다. 보경사에서 연산폭포 방향 약 500m 지점에 위치하는 첫달목이란 곳에도 신당이 하나 있다. 첫달목 신당은 바위 밑에 위패(姑母堂神之位, 內延山山王大神之位)만 모셔져 있는 형태인데, 매년 사월초파일 새벽에 덕곡(중산3리), 학산(중산2리), 하광(광천1리) 주민 대표로 조직된 연산계에서 제사를 받든다. 그와는 별도로 또 덕곡, 학산, 두곡 마을에서는 동제당에 입향조 외에 할무당 할매 내외 위패를 모셔 두고 마을제사 때 잔을 올리는 전통이 이어내리고 있다.


백계당은 포항 내연산 산신의 형상을 돌로 조각하여 모시고 있는 신당이다. 이 신당과 관련된 문헌에는 1890년에 만들어진 백계당숭봉계안과 그때부터 1929년 40년간 회계기록인 회계책, 1960년경에 만들어진 계원방명록, 신당 내부에 편액에 씌어진 8개의 기문들이 있어 백계당 연구에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산간오지에 위치한 작은 마을의 산신당 운영과 관련하여 약 120년 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을 남겨 놓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로 민속적 의의가 매우 크다.


포항은 동해안에 위치한 지역의 특성상 그 동안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전하는 일월신(日月神) 연오랑․세오녀가 주목을 받아 왔다. 포항시에서는 이를 지역의 상징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을 최근 몇 년간 전개하였고, 상당한 성과도 거두었다 본다. 포항이 긴 해안선을 끼고 있는 임해지역이 틀림없지만, 북서쪽엔 고봉준령들에 둘러싸인 산악지역도 넓게 분포돼 있으며, 이와 관련한 전통문화도 잘 전승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이제 시야를 넓혀 내연산 산신 할무당에도 관심을 가질 만도 하다.

할무당은 포항의 정신문화사에 매우 중요한 존재다. 오랜 세월 동안 내연산 자락에 사는 주민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온 신으로 인식 되었으며, 현재도 광범위한 지역에서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는, 포항을 대표하는 산신이다. 포항에서 해안지역에 해양문화를 상징하는 연오랑․세오녀가 있다면, 내륙지역에 산악문화를 상징하는 할무당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 관송글방- 박창원 블로그에서 발췌하여 왔음

http://blog.daum.net/gsessay/3722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