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조각들

도서관 아침산책ㅡ고영민시인

와인매니아1 2016. 11. 3. 14:03

 

 

 

 

 

 

 

 

 

 

 

 

거울을 보는데 내 얼굴에서

아버지가 보였다

 

중년이라고

중얼거려보았다

 

어제는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어

약속 장소에 나가보니

옛 친구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친구의 아버지, 어머니 들이 고스란히 불려나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내는 내가 아닌,

아버지를 부축했다

잠결엔 아버지가 내 아내의 몸을 더듬었다

 

죽은 아버지가 내 집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신다

-「중년(中年)」 전문

 

어제 고영민시인의 중년 시를 읽엇다. 그 예전 초등동창 모임에서 받은 내 느낌을 적절하게 표현해 놓앗다. 시를 참 쉽게 쓰는 시인이다.

오늘 그 시인을 "도서관 아침산책" 강좌로 만나본다. 정호승시인처럼 잘 생긴 중년이다.

권선희 지역시인의 사회로 4번째 시집"구구"를 중심으로 소설가에서 시인으로 되기까지, 시에 관한 그의 철학과 인생을 들어본 시간이다.

 

함게 시노래로 산책시간을 꾸며주신 미모의 박경아 가수의 노래도 따뜻한 콘서트를 연상케한다. 나 혼자 시를 음미하며 읽는 것보다 직접 시인의 목소리로 시 낭송도 색다르고, 또 싱어송 라이터가 작곡한 시노래는 더욱 감상적이다. 시인의 인지도가 높지 않아 별 기대없이 참석한 토크산책은 그의 솔직함과 사회자가 이야기를 꺼집어내는 재치와 테크닉. 시노래로 한층 시의 참맛을 느껴보는 산책이 되엇다.

 

그동안 작가의 사인은 받던지 받지 않던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포항에 살고 잇다는 시인에게 친밀감도 들고, 무엇보다 시를 쓰는데 도움이 되는 팁을 언급해주어 고마운 마음에 1순위로 사인을 받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