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어른 ㅡ이영희'
'어쩌다 어른 'ㅡ이영희 힐링에세이 읽다.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할 때 어른이 된다.
어른이란 무얼까. 사전 상 ‘어른’의 정의는 ㅡ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서점에는 <어쩌다 어른><어른인 척><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등 ‘어른을 위한’ 이라는 전제를 단 책이 가판대에 즐비하다. 어른이 대체 얼마나 힘든 것이길래 이런 보완재들이 필요한 것인가.
현재 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일하는 저자는 어릴 때부터 뭔가 한 가지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덕후기질이 있었다. 저자는 기자가 된 8할은 ‘팬심’덕분이었다고 고백한다. 우연히 좋아하는 일본 아이돌 그룹 스맙에 꽂혀서 그들의 동영상, 드라마, 콘서트 실황을 6개월 동안 주구장창 보다보니 어느날 일본어가 그냥 들리는 귀가 뚫리는 기적을 경험했다.
여전히 만화나 드라마 없이 보내는 주말은 상상할 수 없고,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일본행 항공권을 구입하는 철없는 소녀의 마음을 가진 충동성과 에너지가 충만한 여자다. 그녀가 바로 '건어물녀'라는 단어를 한국에 소개한 최초의 기자다. 일본문화에 빠삭하니 일적으로도 성과를 낸것이다.
“어차피 여자들은 나이 들면 외모가 하향 평준화돼. 그러니 먼저 어른이 되야지.”
전체 연령대 중 40대를 ‘영포티(Young Forty)’라 정의하고, 이들이 현재와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이끈다고 말한다.
바야흐로 서점가에 ‘아픈 청춘’이 가고 ‘아픈 어른’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고 잇다.
4050대는 현재 가장 많이 벌고, 많이 쓰는 큰 소비세력이긴 하나 언제 구조조정으로 물러날 지 모르기 때문에, 자식 때문에라도 일자리를 잡고 꽉 버텨야 하는 세대다. 그 과정에서 ‘어른’으로서 일종의 복합적 홧병이 발생하고, 이를 위로하기 위한 책들이 나오고 있다.
'...어쩌면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라는 그 명확한 목적의식이 우리를 행복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행복의 의미를 찾아 헤매고, 나는 과연 행복한가 따위의 질문을 던지는 데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그저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시간과 공간을 꿋꿋이 살아내는 것 만이 인생의 유일한 의미라고, 유키에는 말한다.
잉여로움의 결정체같던 그 시간이 우리를 구원한다. 등 가볍게 읽으며 복잡한 생각의 실타래를 술술 풀게 유머도 곁들린다. 작가와 독자들이 사랑한 글을 추려내어,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덧붙인 글도 유쾌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든, 나의 현재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그런 삶의 태도에 대해서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좋아하는 것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시간, 나만 아는 기쁨을 점점 늘려가는 삶. 그것만으로 썩 괜찮아보인다. 그것들이 분명 어쩌다 어른이 된 나와, 그리고 당신에게, 돌연한 슬픔과 맞서는 두둑한 맷집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
긴 인생을 살다보면 남의 병풍 노릇을 해야 할 때도 있음을 알고, 좋아하는 일보단 잘할 수 있는 일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아내 즐기는 것도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생각이 드는 독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