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그 자체

사랑하는 아들아.

와인매니아1 2001. 9. 15. 11:52

사랑하는 아들아!

지금 창밖에 우유빛 구름 무리들이 여행을 떠나나 보다.
아직은 노오란 해님이 분단장 끝내지 못하고, 어쩜 드러내기
쑥스러운지 맑은 미소 준비하고 구름 속에 숨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바삐도 아니면서 쉼 없이 움직이는 구름에게 아침에
있었던 엄마의 짜증과 잘못을 말하고 싶다.
속죄하는 양 하늘을 바라보니 눈이 시려 다시금 감아본다.
사는 동안 너에 대한 애정표현을 무수히 할 수 있다고 늘
여유부리면서 생활하나 보다. 하지만 "사랑해"라는 말보다
"미워해"라는 말이 더 너를 슬프게 하지 않았나 모르겠구나.

애정을 아끼고 감추면서 살기엔 우리의 인생이 너무나 짧은데,
엄마 역시 누구보다 이 삶의 여정이 금방 지나간다고 느끼면서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정신이 따라 주지 못하는 엄마의 한계를
어린 네가 알까?

가끔 너의 대견한 행동으로 인해 흐뭇한 마음 표현할 수 없어
혼자서 저 넓은 대지를 향해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이렇게
외친 것을 너는 아마 모를 것이다. 엄마는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너"를 온화한 미소와 따뜻한 말로 "사랑한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눈앞에 전개된 현상으로 말미암아 언제나 그 말을 가로채이고
말았구나.

한 박자 놓치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 한다지만 그런 여유가
때론 아쉬운 후회와 미련으로 다가올 때가 많았다. 그로 인해
네 가슴에 푸른 멍자국을 만들게 하고, 또한 엄마의 넉넉하지
못한 가슴 한구석도 유리 파편 마냥 이리저리 조각이 난단다.
너무나 다른, 너희 형제의 판이한 성격으로 인해 철없는 엄마는
너희들과 똑같이 행동한 적이 아마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지.
무엇보다 비교하는 마음이 여린 네 가슴에 커다란 멍에가 된다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철부지 동생보다 살뜰하지 못하다고, 형답게
양보하지 않는다고, 편협한 어미는 네게 잔소리를 해 대었다.
참으로 표현에 미숙한 네 작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엄마였다.
그렇게 덜 성숙하고 너그럽지 못한 어미, 형편없는 엄마의 성품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푸르디 푸른 풋사과 같은 네 마음에 주먹만한
응어리를 잔뜩 심어 주었지 않았나 싶구나.

어리석은 엄마는 말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누구보다 잘 알면서
항상 네 가슴에 비수 되어 꼽히는 단어들, 마치 내리 퍼붓는 폭포수
처럼 거리낌없이 토했고, 알콩달콩 다정함과 거리 먼, 여과되지
않은 언어로 가히 언어폭력의 실제를 유감없이 드러내 것을 지금은
반성한다.

오늘도 너의 사소한 투정이 왜 그렇게 화를 내었을까.......
너의 눈높이에 조금만 맞추어 생각하고 배려해야 좋았을 것을,
여전히 엄마의 시각으로 널 인식하였기에 그래서 서운했나 보다.
부지불식간 늘 이런 오류를 범하는 엄마의 작은 그릇을 어떻게
하면 오색 빛 찬란하게 빛나면서 아름다움까지 풍기는 연보랏빛
그릇으로 바꿀 수 있을까?

사랑하는 아들아!

아무리 사랑한다고 말해도 모자랄 만큼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한 점 꾸미지 않고 사심 없는 마음과 맑은 하늘을 깨끗한 눈으로
마주 대하는 심정으로 다시금 널 대하고 싶구나.
따뜻한 온기를 너의 가슴에 불어넣고 싶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같은 훈훈함을 너의 가슴에 말갛게 그림 그려 주고 싶단다,
엄마의 실가닥 바램은 싱싱하게 꾸밈없는 웃음을 지으며 마음껏
생활하는 너희를 보는 것인데, 막상 마음껏 행하는 행동 뒤에 따라
오는 투정과 철없음을 소화하기는 무척 힘이 들구나.
힘들어도 계속 엮어 나가는 게 우리네 인생인데 말이다.....
그래도 우리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자,,,,

나의 아들아!
널........... 사랑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존재하고 있는 어떤 말보다.
Loving you - Oacar Lop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