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즐겁게 사는 것만큼 좋은 보약이 없다고 한다. 날마다 주어진 삶을
즐겁고 행복한 삶으로 꾸리고 싶지만 바램대로 수월하지 않는
것도
우리 인생살이다. 흔히들 순탄한 대로보다 고단한 삶의 여정이 사람
들에게 많은 것 같다. 행복을 보장받기 위한 끝없는 욕심에 더
소유
하려 애쓴다. 하지만 많이 가질수록 자신의 영혼이 황폐해지는 것도
우린 느끼곤 한다. 내 의지와 달리 전개되는 인생에 있어서
행복은
자신이 무엇을 얼마 만큼 즐기며 생활하느냐가 어쩜 행복의 잣대가
아닐까 싶다.
대체로 열정을 가지고 한가지 일에
몰두 할 때를 아름답다고, 행복해
보인다고 표현한다. 나 역시 변변찮은 글일 망정 쓰는 동안 그 매달리
는 그 자체에 행복감을
맛본다. 그래서 쉼 없이 아무거나 긁적이는 지
도 모른다. 만약 열정 없이 그저 의무감으로 수행한다면 스트레스와
짜증까지 가중되어
흥미는 물론 능률도 반감되어 의욕이 가시리라.
방황을 다스리다 젊음이 다 간다고 열정이 용솟음치는 청춘도 사실
금방 지나가
버린다. 청춘의 손톱을 물들이는 봉숭아 꽃물처럼 말이다.
이제 중년 꼬리표를 애저녁부터 달고 있는 나지만 그래도 마음은
아직
청춘이라며 나이란 한갖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호기를 부린다.
그래도 젊은이 못지 않게 남아 있는 열정을 꼽으라면 한 두개는
얼른
떠오른다. 혼자 고상 떨며 장시간 즐기기도 잘 하지만 한편 마음 맞는
친구와 잘 하지도 못하는 술을 대작하며 대화하는 것도
즐기는 편이다.
그리고 철부지 소리들을 만큼 '화끈' 노는 것도 빼 놀 수 없는 메뉴다.
즐거움을 보태는 시간에 최선과 열성 쏟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나 역시 멤버들과 빠지지 않을 만큼 놀아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다.
어느 자리든 시간을 좀먹는
'내숭'은 인생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평소
내 지론으로 못 박았다. 나폴레옹이 "내 사전에 불가능이 없다" 고 말
했듯 내 사전에도
'내숭'은 없다. 아니 얕게 깔리려고 폼잡는 것도 허용
치 않는다. 물론 적당한 여성의 내숭은 여성다움과 매력으로 작용할 때
도
있다. 하지만 여흥 즐기는 공간에서의 내숭은 진정 상큼하지 않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간혹 타고난 재주가 신통찮아 그래서
잘
못한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내세워 전면에 나서기를 사양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하지만 얼마만큼의 노력을 해 보았는지, 즉 적극적인
연습과
남모르는 훈련을 기울려 봤는지 묻고 싶다.
사실 요즘은 팔방미인들이 워낙 많아서 무엇이든 노력하지 않으면 각박
한
현실에 보조 맞추기 어렵다. 심지어 생업과 관련 없을 지라도 어떠한
것이든 알아서 손해 볼 것은 없다. 숨가쁜 일상에 나와 불필요한
꺼리에
시간 투자하는 것이 낭비라 혹자는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얄팍한 앎도
딱딱한 분위기를 유(柔)하게 만들고 여러 사람을
압도하는 힘마저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시대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는 처세는 이 시대를 살아가
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즘 나날이 새로운 물건이 선보이듯 문화와 품위 그리고 세련미까지
합세한 달콤한 '꺼리'가 우리 눈과 귀를
유혹하고 있다. 편리한 상품에만
유혹 당하는 것이 아닌 유쾌한 유머 한마디에도 꽤나 행복해 여기는
현실에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점잖은 기성세대들은 그 동안 유머 없이도
불편하지 않았는데 그까짓 말의 유희가 무슨 대수인가 미심쩍은 의문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고 위트 넘치는 말은
인간의 사나운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신바람 몰이까지 갖고 올 수 있다.
바로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을 즐겁게 만드는 유머의 힘인 것이다
한동안 사오정시리즈가 장안을 휩쓸며 사오정 동생 사오순까지 양산해
답답한
현실을 풍자하며 유행했었다. 원활치 못한 동문서답 식의 대화,
시대상황을 은근히 꼬집는 유머는 삼척동자도 알만큼 꽤나 인기가
있었다.
시류에 따라 유행도 변하는지 몇 년 전부터 물결쳐대는 행시가 여전히
유행이다. 한 단어에 갖가지 말을 붙어 해학과 시대풍자도
엮어내는 행시
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겨한다. 진짜 사자성어부터 온갖 것에 풍류를
붙이는 시대이다. 유머에 미숙한 나로서 들을 때마다
감탄하며 떠올리는
단어는 한국인은 참으로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다.
물론 재미있는 것만 회자되겠지만 어쩌면
적재적소에 어울리게 딱 맞는
단어로 질퍽한 웃음, 실소를 금할 수 없게 삼행시를 만들까 하는 점이다.
만약 나에게 삼행시를 부탁하면
하루 온종일 머리 굴리고 쥐어뜯어도
제대로 된 문장을 긁적이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무도 나보고
삼행시 함께 해 보자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불행 중 다행이라 여긴다.
이 또한 유머에 탁월한 끼가 있는 사람은 만인을 즐겁게 만드는 일에
열정을 보인 결과가
아니겠는가. 나름대로 특기와 개인기 또 그 열정의
색깔 또한 천태만상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말이다.....
위기와
곤란에서 인간을 구하는 것은 순간적인 격정이 아니라 탄력있는
감성이다, 종종 외국 영화를 접하면서 느끼는 점은 절박한 상황에
유머의
참 맛이다. 긴박한 위기에 여유있는 위트는 감히 상상도 못할
우리네와 동떨어진 현실이라 21세기를 호흡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부조화 가운데서 늘 조화 이루는 외국영화에 감동과 짙은
여운을 남기며 부러운 시선 거두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냉철한 이성만의 사회는 비인간적이기 쉬우나 촉촉한 감성과 위트가
넘치는 사회야말로 인간적인 사회가 아니겠나. 나와
타인을 행복하게
해 주는 촉매제인 유머와 위트 같은 말을 몰라도 삶에 지장은 없지만
간간이 맛보며 삶에 윤기를 보탠다면 조금 노력
기울려도 좋을 성싶다.
익히 알던 유머 한마디에 편찮았던 마음이 풀려진 적도 있던 나였기에
더 늦기 전에 유머에 열정을 쏟아 붓고
싶다. 건조한 삶에 향기가 풍긴
다면 개그맨 흉내낸들 어떠하리. 그나마 내게 남은 열정이 아직 바닥
보이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지라
어떤 분야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사실만으로 위안이 된다. '아직은 거뜬하다' 는 가당찮은 자만심이 오후
의 눅눅한 습기를 견딜 수
있게 해 준다.
One Fine Spring Day - Isao Sasaki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