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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리뷰(서평 모음)
(싯다르타)
와인매니아1
2007. 5. 30. 14:50
깨달음의 과정
(싯다르타)
'인도의 시(詩)'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
깨달음의 도정(道程)과 그 비밀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 내면으로
이르는 길을 걸으려 했던 헤세의 고백이기도 하다.
현대 독일의 양심을 대표하는 헤세는 무엇보다 인간의 내부에
공존하는 양면성을 발견하고 그 존재를 다 같이 인정하려 애썼다.
이 작품의 탄생배경에는 세계대전이 끝난 후 지나친 물질주의 추구로
인한 인간성 상실과 자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인간 모두
진정한 모습을 찾기 위해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 유명한 데미안
과 싯다르타가 태어나게 된다. 그 후에 발표한 20세기 문명 비판서인
'유리알 유희'로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는다. 그때가 69세이다.
헤세는 가계(家系)상으로 인도와 깊은 관계가 있다. 양친과 외가의
조부모가 모두 신교의 전도사로 인도에 체재한 바가 있으며 특히 조부
는 인도어 학자였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소설 '싯다르타'는 서구인에
게 인도와 불교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 위해 씌어진 것이라는 오해도
있었다.
작가는 동양과 불교사상에 나름대로 이해를 가지고 있었고, 득도한
불타가 아니라 삶을 깨우쳐 길(道)을 구한 불타에 공감을 갖고 도를
얻기까지의 체험의 비밀을 더듬으려고 한 것이다.
깨달음이란 누가 가르쳐서 혹은 억지로 주입시켜서 되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 체험하고 인정하고 느껴야 할 성질일 것이다.
소설 주인공 싯다르타는 한 평생 깨달음을 얻기 위해 현재를 부정하고
버리고 떠나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윤회(輪廻)되는 것을 체험한다.
훌륭한 학자이신 자기 아버지를 버리고 먼길을 떠났듯이 그의 아들도
자기를 버리고 도망 가버리는 것을 보며 생의 기묘함을 깨닫게 된다.
부드러운 것이 딱딱한 것보다 더 강하고 물이 바위보다, 사랑이 폭력
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린 사랑이란 이름
으로 아이들을, 내 주변사람들을 속박한 것은 아니었을까?
도중에 중단한 일도 있을 만큼 어려움을 무릅쓰고 완성시킨 작품.
그래서 헤세 문학의 정수(精髓)라 찬사를 받는 작품을 요약해 본다.
친구 고빈다와 함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사문이 된 싯다르타는 금식과
명상을 통해 수도에 정진한다. 하지만 자아 번뇌로부터 순간 이탈이라
는 생각이 들자 그곳을 떠나 붓다의 열기에 빠진다. 그는 또 생각한다.
붓다의 가르침으로 깨달음의 '지식'은 얻을 수 있을지언정 결코 자기
것이 아님을, 다시 세존을 떠나 그대로의 자신이 어떤가를 찾아 떠난
다. 자기 도피적 금욕 과정에서 한 사람을 만나는데, 바로 창녀 카마라
다. 아름다운 여자 카마라에게 애욕이 무엇인지 배우지만 자기를 만나
기 위해 돈을 가지고 오라고, 싯다르타에게 돈버는 방법을 가리켜 준
다. 장사꾼 소인배들에게서 돈을 벌고 카마라를 찾아 쾌락에 빠져드는
무질서한 생활을 하는 싯다르타. 점점 도박과 섹스, 술에 의존하는 삶
이 그의 육신을 망가뜨린다. 여러 해 동안 정신을 버리고, 사색을 잊고
통일성을 망각한 채 살아 온 그는 깨닫는다. 성인에서 어린이로, 사색
하는 인간에서 어린아이 같은 인간으로 변해 온 과정이 아닌가 하고...
한번 두 번 열 번쯤 되풀이하기에 재미있는 유희일지 모르지만 계속
되풀이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 유희를 윤회(輪廻)라 부르던가!
마침내 싯다르타는 그녀가 새 생명을 품고 있었던 사실을 모른 채 열
락의 세계를 떠난다.
모든 형태의 수레바퀴는 빠르게 도는 법. 속세의 삶으로 돌아올 때
강을 건네준 뱃사공 바수데바를 찾아 그와 함께 뱃사공생활을 하게 된
다. 강가에 살면서 항상 변화되어 가면서도 항상 현재로 있는 강으로
부터 시간을 초월함으로서만이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물은 언제나 똑같은 존재이면서도 순간 순간 새로운 존재다. 강은 오
직 현재만 있을 뿐, 과거나 미래란 없는 것이다. 싯다르타는 강의 소리
로부터 인생을 배우고, 인간사 모든 번뇌의 기원이 바로 이 시간의 존
재에서 기인한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만유는 현존과 현재만을 갖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삶도 오늘 지금인 것처럼.....
싯다르타 미소가 뱃사공의 미소를 닮아갈 쯤, 창녀인 카마라와 어린
아들이 여행길에 오르다 엄마는 뱀에 물려 죽게 된다. 엄마를 화장하
고 함께 살게 된 싯다르타 부자(父子)는 아들을 위해 열성을 다한다.
하지만 버릇없는 아들은 아버지의 삶이 싫었고, 억지를 부려 도시로
나가기를 원한다. 뱃사공도 아들을 보내주라고 권하지만 싯다르타는
동의할 수 없다. 환멸과 악이 들끓는 속세의 삶을 경험했기에...결국
아들은 도망을 가버린다. 예전 젊은 시절, 아버지도 자기가 지금 아들
때문에 당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고통을 당한 게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자기도 똑같은 운명을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모든 것은 질서 속에서 움직인다고 했다. 변화되는 윤회의 모든 것에
현재와 과거, 미래도, 번뇌와 해탈도 있다는 것을 체득한 싯다르타는
자연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고 사랑하는 경지에 이른다.
꾸준하게 참을성 있게 지켜보면 자식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 희망, 끊임없는 희생, 애정과 혹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등등 이런 모든 집착으로부터 해방이란 얼마나 힘이 드는가!
타인의 문제에는 능히 욕심을 들어내라 마음을 비워라 등등 말을 편
히 할지라도 자신의 아이문제로 닥쳤을 때 여전히 관대할 수 있을까?
예컨대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 바로 자식문제가 아니던가. 우리가
스스로 깨닫는 '자각'이 어렵듯이 자녀들도 스스로의 깨달음 없이는
그 누구의 가르침도 무용지물임을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헤세의 많은 문제작은 인간 본질을 추구하며 구도자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작품이 많다. 2차 대전 당시 전몰학도의 배낭에서 쉽게 발견된
'데미안'을 위시하여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 등
인간의 내면을 서정적으로 묘사함과 동시에 영혼의 자유와 인간에 대
한 깊은 생각의 여지를 던짐으로서 현존하는 쟁쟁한 작가 못지 않게
우리에게 영향력 미치는 작가로 손꼽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Flying Over The Canyons / Frederic Dela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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