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게 때로는 힘이 될 때가 있다. 삶의 가장
낮은 곳에서 지핀 희망의 등불이 마침내 희망의 증거가 되기까지 고단한
삶을 산 자에게 박수와 감탄을 보내는 건 자신을 격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남녀평등을 부르짖고 있지만 여전히 여자에게 불평등한 편견이 자행되는
현실에 여성의 성공담은 남성 것 보다 훨씬 신선함을 던진다.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에게 양보해야 되는 부당함,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홀로서기에 성공한 여인의 투쟁 기록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꿈을 잃고 좌절한 사람에게 자신의 삶을 통해 당장은 길이 보이지 않지만
꿈과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다 보면 길이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그들에게 작으나마 분명하게 존재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고 서술한
작가 서진규 님의 말대로 이 책은 꿈과 도전의 다큐멘터리이다.
가발공장에서 하버드까지의 부제목이 대변하듯 여공(女工)에서 현재 하버드
박사과정 밟고 있는 51살의 여성의 석세스 스토리는 감동 그 자체다.
과장없이 풀어낸 그의 진솔한 이야기는 그래서 더 돋보이는 것 같다.
그 예전 가난한 시절의 딸들이 그랬듯 그녀 역시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했다.
엿장수 아버지 밑에서 어찌어찌 고등교육은 마쳤으나 현실은 자기생각과 달리
호락호락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입이라도 들 심산으로 가발공장에 취업하고
영화 엑스트라, 골프 종업원을 전전하다 우연히 미국 식모살이을 가게된다.
미국행을 결심할 때 그의 각오는 '제 힘으로 뭔가 이루고 싶어요, 이 따위
차별은 받고 싶지 않아요. 딸들도 아들 못지 않게 귀하다는 증명을 해 볼래요
그걸 증명하기 위해 성공해야 한다면 죽을 각오로 성공하고 말겠어요......'
"죽을 각오"로 한다면 못할 일이 어디 있으며, 희망의 증거는 보일 수가 없다.
단돈 백달러를 쥐고 단신으로 도착한 미국. 밤엔 식당 웨트리스, 낮은 대학생
주독야경으로 공부하며 열심히 벌은 돈은 한국 가족에게 보내는 열성도 보인다.
하지만 쉴틈없는 생활속에 외로움은 깃드는 것인지 27살 미국서 만난 합기도
7단의 한국남자와 열애에 빠지고 결혼을 한다. 준수한 용모 외에 폭력과 무능의
남편은 그녀가 대학을 포기하면서 유지하기엔 힘든 생활이었다. 더욱 딸까지
생긴 마당에, 남편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방편이 바로 미군 입대였다,
사람은 자기 마음의 눈에 따라 같은 현실이라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
물이 반쯤 차 있는 컵을 두고 '겨우' 반잔 밖에 안 남았네 하는 아쉬운 경우와
'아직'은 반잔 남았네 하며 다행, 희망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듯 삶도 그러하다
주어진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믿으며 다시 새 삶을 이끌어가야
겠다는 확고한 신념 하나만으로 그녀는 험난한 미군 생활을 시도한 것이다.
아이를 한국 친정에 맡기고 군 입대를 한다. 최우수 성적을 받은 훈련생으로
한국 발령을 받고 폭력 남편과 다시 시작하는 생활은 여전히 힘이 든다.
둘째 유산의 아픔을 이겨낸 그녀는 군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열성을 다한다.
마침내 사병에서 장교로 임관하며 주어진 난관들을 무난히 극복하는 날들.
무난한 군생활과 달리 불행한 결혼은 결국 이혼으로 마감하고, 열살 연하의
잘 생긴 미국장교와 두 번째 결혼. 그리고 그녀가 입양한 양녀를 성폭행하는
둘째 남편과의 또 이혼, 동생들 죽음 그녀의 삶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주어진 삶을 극복해 나간다. 그리고 소령으로
올라서기까지 자신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부여해 준 군인 위치와 학업의 기로
에서 결국 학자의 길을 선택한다. 과감하게 예편한 그녀는 지금 딸과 함께
나란히 하버드대에 다니고 있다.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느낀 성차별을 딸에게
되물림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딸도 훌륭하게 키웠다. 심지어 전처의 딸까지.
그녀의 삶이 지난 5월 KBS 일요스페셜에 소개되었다 한다. 안타깝게도 난
보지 못했지만 능히 그의 삶은 다른 이의 꿈과 희망의 불씨로 작용했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현실은 매우 가치없다고 하찮게 잘라 말하곤 한다.
다른 이의 삶은 아름답게 빛나 보이는데 자신의 현실은 남루하고 초라하다고
우습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녀의 처절 할만치 험난한 인생사를 엿보면
다소 현실의 답답함을 거두어 낼 수도 있겠다는 위로도 받음직 하다.
난 이 책을 덮는 순간 너무나 부끄러워 그녀의 파노라마를 더듬는 것조차
포기했다. 그녀보다 월등히 나은 환경에서 자라서면서 누구의 희망은커녕 자신
조차 보잘 것 없다고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거린 적도 있다. 누군 가난과 불행을
발판 삼아 희망의 증거가 되기 위해 투정과 불만을 승화시키고 있었는데, 배
부는 자의 허무와 행복을 흉내내면서 내 시간을 조각 내지 않았나.... 참으로
자신이 왜소해 보였다. 가차없이 내일에 대한 꿈을 반납할지도 모를 불안감에
휘둘린 내게 이 글을 정리한다는 것까지 망설이게 만든다. 그 동안 난 뭘 하며
살아 왔던가.....다시 지난 발자취를 거슬러보니 움츠려 들만큼 민망스럽다.
하지만 자학과 회한의 반성보다 좀더 진취적 자세를 가지라는 의미가 깃들인
것 같아 희망찬 삶을 구현하기 위해 이 글에 대한 소감을 뒤늦게 접한다.
드라마같은 그녀 삶은 한번쯤 뒤돌아보게 하는 야릇한 값이 주어지는 삶이다.
확신한 소신과 자기를 믿는 힘을 가진 여성은 나이와 무관하게 젊어 보이고
향기가 묻어있는 아름다운 여성일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왜 똑같은 사람이 어떤 사회에서 가발공장 노동자로 생활하고
또 어떤 사회에서는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아 군대의 높은 자리에 오르고 세계
석학들이 모인다는 하버드대학의 박사과정을 밟을 수 있는 지에 대해 생각 해
봐야 한다고 했듯이 각자에게 주어진 삶도 가짢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희망 없이 산다는 건 곧 죄악이다"
"꿈은, 이뤄지기 전까지는 꿈꾸는 사람들을 가혹하게 만든다" 는 말처럼 그
어떠한 꿈없이 내일을 맞는다면 세상살이의 고달픔이 더욱 가중되지 않겠나!
때론 가난이 꿈을 막는다고,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슬픔에 젖기도 한다.
하지만 그 두꺼운 벽을 뚫을 수 있는 힘도,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
품을 수 있는 것도 인간의 능력이 아닌가싶다. 그녀의 삶이 더욱 가치 있게
빛나는 것도 최악의 조건 속에서 꿈을 일구어냈기 때문이다. 누구든 두드리는
자에게 문이 열린다는 진리를 보여준 그의 글은 희망 잃고 고독과 절망에
찌든 사람에게 자신감을 주는 지렛대로 꾸준히 허약한 영혼을 밝힐 것이다.





다음 곡부터는 다시 Play를
해야겠죠?^^
'삶의 조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표지사진을 바꾸었어요 (0) | 2002.01.16 |
---|---|
여자의 변천 3단계 (0) | 2002.01.04 |
외도한 남자의 양심고백 (0) | 2001.12.21 |
조용한 물이 깊은것 처럼 (0) | 2001.12.18 |
참 맑은 글 (0) | 2001.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