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조각들

두달의 경험 그리고 여유

와인매니아1 2010. 6. 4. 22:02

일년에 육분의 일을 맡고 있는 4월, 5월,

짧지 않는 기간이 마치 지루한 장마처럼 느껴진다.

반갑잖은  장마가 사람의 시선과 동선을 잡아 맬려면

최소한  7월쯤 되어야 습기 먹은 눅눅함이  시작 될터인데

난 벌써 그 시간을 맛본 사람처럼

두달동안 호되게 지루함을 지나친 기분이었다.

 

일체유심조라, 생각하기에 따라 두달동안 값비싼 수업료를

치루었다고, 내가 접했던  분야와는  다른 색다른 경험으로 사고전환을 할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내겐 크게 좋은 인상과 추억으로 각인되지 않았으니

두달동안 성숙한것 보다  이해불능의 마음으로

그렇잖아도 좁은 마음자리가 더  수척해진 것 같다.

 

새로운 분야를  접하면서 갖게 된 호기심과 긴장감은

불과 몇일 안에 "뭐가 이래? ...........도대체 이 무슨 경우람?"

주어진 업무와 접해야  될 환경에 당황하기보담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실망과 절망을 하면서

나와 전혀 다른 세계를 인정하는게 그렇게 어려울수 없었다.

평소 낯선 모험과 새로운 도전에는  둔하지 않다고, 

뭐든 잘 처리할수 있다고 교만과 허세를 폼잡던  나였다.

그런 나에게 정면으로 강적이 나타나니  숨죽은 배추꼴이 된것이다

나와 전혀 사고의 방향과 속도가 다른 상대는 마치

먼나라 이웃처럼 느껴졌다 동시대 사람같지 않는 거부감은

하루하루 일상에 빛과 향기를 거두어가버리고 급기야는

왜 하필 그녀일까!~~

일종의 재수없어 딱지 끊기는 사람처럼  짜증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다.

 

한해 두해를 보태면서 늘어나야 될 관대한 정신머리는

상대의 무경우와 후안무치의 무한세계를 담기에는 내 수양이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해야만 되었지만

그 인정하고 수용하는게 사실은 득음만큼이나 고되었다.

 

드디어 일을 마무리하고 난 지금 

새로운 인간군상들을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무사히 마감할수 있게 도와준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든다

뭐든 한 분야에 우뚝 마크될때까지 수많은 역경과 노력이 보이지않게 작용하듯이

내가 그 일을 탈없이 마감할수 있었던 것도

그 몰염치한 상대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싶다

 

상대의 아름답지 않는 모습을 엿보면서

사람이 평생을 영위하지 않은  바에는

사는 동안 , 주어진 생만큼이나 보다 아름답게, 보다 당당하게

보다 가치있게 살아야 되는 이유를 새삼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두달의 지루함과 고됨은 값비싼 수업료로 지불했다고 생각하니

스트레스의 화신이라고 명명하고 싶었던  그녀가 내게 던져준 화두는 

인생을 제대로 살아야 되는 거창한 명제를 준것이나 다름없다 .

 

두달간 나름  힘들고 허탈과 황당으로 도배했던 시간을

그래도 별탈없이  무사히 끝낸 내게 난 칭찬상을 주고 싶었다.

사치와 호화로운 건 아니지만

예전에는 상시 틈만나면 행했던 꺼리들을.......

시간상 잘 행하지 못하거나 유보했던 여러것을

난 어제 몇가지 치루었다.

거북이 등처럼 딱딱함으로 일관하던 얼굴 표정도

온화함으로 되돌려놓았고, 사소한 일에도 미소를 묻히기 시작했다

부지불식간 잃어버린것을 조만간  되찾으려고 노력 해야겠다.

 

나만큼 나의 휴식을 반기는 이가 바로 나의 애견들이다

엄마가 늘 8시40분이면 집을 나선다는걸 아는 개들은

오늘은 엄마가 늦잠자는건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아침을 대충 챙겨먹고 다시 개들을 양옆에 끼고 단잠을 청했다

 

10시까지 늦잠 자보는게 일할때는 부러움 중에 하나였다

늘어지게 자다가 깨어보니 10시쯤이다

부랴부랴 예전 스캐쥴을 연상시키며 다시 나태의 유혹을 받을세라

헬스장으로 향했다,

 "늘씬""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몸을 혹사시키더라도 괜찮을것 같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여유와 따사로움

이 휴식도 얼마 지나지 않아 못견딜정도의 지루함으로 변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이대로 나른함을 가장한 쉼이 편하다

적당한 긴장감은 늘 필요한것이라고 주장해 왔던 나였지만

당분간은 사랑하는 내 자신에게

타이트한 틀속에 묶여있었던 지난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서

몇일이래도 이리저리 늦장부리는 게으름쟁이노릇도 

괜찮다고 관대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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