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영화 '포화 속으로'가 개봉 되었다. , 개봉 전 너무 숱하게 이슈가 되어버린 탓일까? 한산했다.
미국 유학파 감독이 만든 6.25 전쟁 실화, 논란의 중심에 서다
'박쥐'나 '방자전'등 개봉 전부터 이슈가 되는 영화들은 수없이 많지만, '포화 속으로'만큼 논란이 뜨거웠던 영화도 드물었던 듯하다. 이들 논란이 되었던 영화들 대부분이 주로 '주연 배우의 성기 노출'이니 '파격적인 베드씬'이니 하는 식의 '배우들 벗기기'에 이슈의 초점이 맞추어져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상당수가 개봉전의 이러한 노이즈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 사이에 나도는 '잡음'들이 오히려 영화에 플러스 알파로 작용하면서 초반 관객몰이에 성공하는 케이스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것에 비추어볼 때, 개봉 첫날 '포화 속으로'의 반응은 어쩌면 좀 이례적인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포화 속으로'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이유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나오는 대한민국 지도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렇게나 민감해하고 있는 '독도'가 한국인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 '일본해'로 표기되어 나온 어이없는 상황에 대해 설전이 뜨거웠던 탓일 게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사요나라 이츠카'등 주로 선이 고운 로맨스물을 많이 연출했던 이재한 감독, 그가 한국 전쟁 60년 기념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작품이 이런 이유로 말미암아 뜻하지 않게 초반 미국 시사회에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 셈인데, 이를 두고 단지 유학파 감독의 실수로 살포시 묻어두기에는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든 아직 보지 못한 관객들이든 그 시선이 따가울 수밖에 없음은 이 영화의 논쟁이 단순한 '배우들의 노출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민감하고 무거운 정치적, 역사적,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감정적 아킬레스 건을 건드렸다는 데 있을 것이다.
차승원', '김승우','권상우', 거기에 아이돌 스타의 대명사 '탑'까지, 내놓으라하는 연기파 배우들과 신세대가 똘똘 뭉친 화려한 배우진과 전투 장면에 장시간을 할애하는 등 전쟁 영화의 성격을 잘 살린 대규모 전투 장면을 많이 삽입했음에도 이런 사안이 터지면서, 이 일이 터지기 전까지 영화에 모아졌던 관심과 기대는 순식간에 차가운 화살이 되어 이재한 감독 당사자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완성도 있는 깔끔한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한 이 영화에 관련된 제작자, 투자자 모두에게로 향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탑의 재발견, 실감나는 전투 장면
주연 배우가 누구인지 그리고 한국 전쟁 당시 학생의 신분으로서 참전한 71명의 학도병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라는 정도의 이 영화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알고 갔던 터라, 영화의 포커스가 주로 주연 배우 4명 가운데서도 누구에 맞춰졌는지는 알지 못했었다.
탑,
가수 출신의 배우자들에게 늘 따라붙는 꼬리표와도 같은 핸디캡을 무사히 잘 극복하며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첫 탤런트로서의 신고식을 치룬 그의 스크린 첫 데뷔작인 영화 '포화 속으로'......
영화 속에서 71명의 학도병들을 지휘하는 '오장범' 역의 탑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학도병 중대장은 커녕, 골목 대장조차 한 번도 못해봤다는 그의 자신감 없는 말투와 눈빛에선 전쟁에 대한 소년의 두려움이 고스란히 묻어났고, 구갑조(권상우)와 함께 인민군들을 향해 마지막 사력을 다한 총알세례를 퍼부을 땐 가슴 뭉클한 감동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영화는 한국 전쟁을 바탕으로 한만큼, 등장 인물들의 감정선이나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사를 들추어내는데 일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등 철저히 전쟁 영화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영화의 상당 시간을 대규모 전투씬에 쏟아부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71명의 학도병이라는 열약한 숫자로 블록버스터급 거대한 전투씬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부분임을 감안하고 볼 때의 이야기이다.
영화 속에서 개인의 가족사나 그들이 자라온 환경을 어렴풋이라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인물은 고작 '뼈저리게 가난해서 학교 문턱에도 못가봤다는 구갑조'와 학도병으로 지원하기 전, 고향을 떠나오는 탑이 어머니를 생각하며 흘리는 눈물의 회상씬 정도가 고작이다.
이러한 개개인의 환경이나 가족사에 대한 정보 부족은 자칫 관객들로 하여금 눈물과 감동의 유발이라는 측면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포항 중학교에서 포항을 사수하기 위해 이들이 벌인 눈물 겨운 투쟁은 그 자체가 실재였고, 우리의 역사였기에 그들의 개개인의 가족사와 환경에 대한 이해 부족에도 우리는 충분히 함께 슬퍼하며,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고개를 저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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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 김승우! 젊은 신인을 위해 한발짝 물러서다
이렇게 생각 이상으로 탑의 비중이 컸고, 영화 자체가 학도병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지다 보니, 인민군 5사단 766소대를 진두지휘했던 인민군 소대장 '박무랑'역의 '차승원'씨나 영덕 사수, 낙동강 유역 사수 임무를 부여받은 국군대위 '강석대' 역의 김승우씨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부족했다.
이러한 사실은 많은 영화들에서 색깔있는 캐릭터들을 많이 소화하면서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차승원'씨나 카리스마의 지존을 제대로 보여주는 '김승우'씨의 영화 속 활약을 기대하는 관객들이라면 약간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탑> 권상우> 차승원> 김승우 ......비중면에서만 놓고 본다면 이런 부등호가 성립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에도 역할 비중은 적었으되 두 사람은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며, 스크린 데뷔와 동시에 주연급 역할을 맡은 탑의 부담감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주며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흘러가도록 하는데 일조를 했다는 생각이다.
이들 두 사람의 대사나 행동은 많지 않았고, 크지 않았으되 영화의 전체적인 무게 중심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 그 참혹함
이재한 감독이 이 영화를 준비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점은 총알이나 포탄이 터지는 장면에서 한 올 한 올 걸러진 것만 같이 생생하게 포착된 파편 조각들과 부상자들 혹은 사상자들이 흘리는 피를 통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바도 바로 그 점일 것이다.
전쟁의 참혹함!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강석대' 대위를 제외한 모든 영화 속 인물들이 역사의 저편으로 깡그리 사라지는 장면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군이든 인민군이든 누구나 할 것 없이 누구에게도,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전쟁이란 것의 실상을 여실히 까발려서 보여줌으로써 후대가 경계해야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경고 내지는 회의의 목소리!
영화를 다 보고나면, 역시 전쟁은 백해무익하다는 그 하나의 진실만을 또렷이 보게 된다. 영화가 끝나자 서둘러서 영화관을 빠져나가는 사람들 뒤로 정말 사람들이 기억해야할 사진 한 장이 떠오르며 실재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인물 중 생존자의 인터뷰 내용이 스크린으로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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