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조각들

부성애

와인매니아1 2013. 3. 11. 12:20

막내아들이 10일날 군 휴가를 나왔다

평소같으면 시간이 잘도 흐르는데 아이 휴가 기간은 좀 더딘 느낌이었다.

때마침 북한에서는 불가침 협정도 불사하겟다는 등 이리저리 시국 불안한 소리만

자꾸 터뜨리니까 혹 휴가가 틀어지면 어쩌나 노심초사의 마음이였다.

더군다나 아빠는 막내에게 맛있는것 먹일 요량으로, 고기를 위시해 과일 , 먹거리 등

이것저것 참 준비도 많이 해 놓았던 터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평소 살림과 가사일에 무심한 나는 

인터넷으로 주문할 줄만 알지 냉장고에 무엇이 얼마있는지 사실 어두운 편이다

예컨데  냉동실에 만두가 가득인채 또 다시 만두를 주문하는 헤프닝을 종종 일으킨다.

큰 아들이 워낙 만두를 만만하게 잘 먹길래, 엄마가 잘 챙기는 편도 아닌데

스스로 좋아하는 만두를 챙겨먹어라는 깊은 마음에서 준비해놓은 처사가

급기야는 냉동고에 더 이상 수용할수 없을 만큼 오버하는 행동을 펼친다.

이런 상황에 가장 답답은 사람은 남편이였고, 아무래도 처치곤란한 지경이 될 때는

이제 더 이상 수납할 곳이 없다고 하소연 하면서 그만 사라고 말건넨다.

 

근데 이번 아이 휴가에 맞춰 삼겹살과 꽃등심을 제법 몇십만원어치 사놓았다.

스스로도 너무 많이 샀다면서 냉동실에 있는 것을 김치냉장고에 옮기는 것이다.

넘칠 만큼 많이 준비한 건 아이에게 맛있는것을 많이 먹일 요량임을 나는 안다.

그러기에 과소비에  토를 달수도 나무랄수도  없없다,

평소 난 가족에게 영양가 있는 것을 먹일 요량으로 많이 주문한건 아니였고

단지 그냥 검색하다가 조금 싼 느낌으로 주문한것이 대다수 였기에

남편이 자식과 가족 사랑하는 마음으로 준비하는것과 엄연히 달랐다.

 

남편은 신선한 삼겹살과 김치를 넣고  곰솥 한가득 김치찌개를 끓엿다.

음식도 자꾸 해보면 솜씨가 느는지, 남편의 솜씨는 깊은 맛과 감칠맛이 끝내준다 .

아이조차 식당보다 훨씬 맛이 낫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나역시 다이어트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툴툴거리면서 찌개의 독특한 맛에 흠뻑 빠졌다.

이렇게 하는 음식마다 맛있게 된 원인은

찌개에 넣은 재료도 물론이지만 아빠의 자식 위한 지극한 사랑과 정성으로

만들었기에 이런 식당에서 흉내낼수 없는 맛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 뿐만 아니라

각종 과일도 모두 깎아서 먹기좋게 준비해 놓았고

심지어 곶감을 즐겨먹는다고 곶감까지 가지런히 준비해 놓았다.

 

남편의 정성에 비해 난 아이를 위해 어떤 마음과 준비를 했나?

아이가 좋아하기보담 내가 좋아하는 크리스피크림 도넛코너에 가서

이번 봄에 새로 출시한 리얼스트로베리 도넛을 준비햇다

딸기에 넣은 각종 도넛을 구입하는 순간, 당장 한입 먹고 싶은 충동을

가지런히 억누르면서 신바람 나게 들고 오는게 나의 역할이었다.

마침 내 생일도 곧 다가오는 만큼  때맞춰 막내가 휴가를 와주니

아이와 함께 맛있는 케익을 먹을 생각만으로 난 흥분하고 있엇다

특별한것 없이 반가운 아들 얼굴을 마주할 생각만으로 난 준비완료임에 비해 

아빠는 아이가 귀가하자 마자 목욕물을 받아놓고 집에서 입을 평상옷부터 

뭐가 필요할것인지 곰곰 생각해 두었다가 모두 아들 앞에 펼쳐놓는 것이다.

 

식탁 가득 피자, 빵, 곶감, 초코렛 등 모두 셋팅해 놓고.

점심시간 넘겨 집에 온 아들에게 삼겹살 먹일 만반의 준비를 해놓은 것에

정말 지켜보는 나는 허수아비에 불과하고

아빠의 넘치는 부성애를 존경어린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자신의 입에 맛있는것 넣는것 보다 아들이 오물오물 맛있게 먹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포만감을 느끼는 게 아빠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연신 전기 그릴에서 바쁘게 구워진 삼겹살을 아이에게 옮겨놓으며 천천히......

밥먹지 말고 고기만 먹어라고 하면서, 이제 그만 구워도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마치 고기 굽는것이 자신의 맡은 일인냥 열심히 고기를 굽는다,

추측하건데  아마도 15인분은 구운것 같다.

더이상 먹을수 없을 만큼 먹고는 아이는 수저를 놓는다

그제서야 아빠의 손놀림이 브레이크로 차를 멈추듯 속도를 늦춘다.

 

마지막 뒷정리를 하면서 남편의 충성스런 사랑앞에 한마디 건냈다.

이제 식당에서 음식을 해결하고 집에서는 하인처럼 일하지 말라고 했다

사실 지켜보는 나와 아들은  마음이 불편할 뿐더러 아빠의 끊임없는 움직임과

완벽한 일처리의 모습도 그리 아름답지 않다고 했다.

아이의 군복과 모자, 속옷 모두 세탁을 하고 아침에는 군화까지 닦아준다

보다못한 아들이 내가 군대에서 종종 군화닦으니 이제 그만하라고 한다

오죽하면 지켜보던  아들이 아빠 이제 쉬라고 할까?

매사에 늘 대충주의가 아닌 완벽주의자임을 알지만

이제 나이도 있고 오래 움직이면 피곤하기도 하니 적당히 하면 좋겠다.

여보, 이제 대충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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