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여자

독서의 계절에 이 책을 ...

와인매니아1 2002. 9. 16. 02:04


적지 않은 모임을 가진 내게 유일하게 화이트칼라(?)로 구성된 모임을
꼽는다면 독서토론회가 아닐까 싶다. 3년 전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는데
대다수 "사" 직함을 가진 것이 어지간해 기죽지 않는 나지만 주눅들기
좋을 만했다. 모든 멤버들 엘리트답게 예전 책과의 전쟁을 무수히 치룬
분들이지만 그래도 바쁜 업무 속에 놓치기 쉬운 책들을 통해 토론과
각자의 감상을 나누자고 뭉친 것이 이 독서 토론회였다.
각자 생업에 종사하느라 시간 여유가 맞지 않아 8명 전부가 모이기는
어렵다. 그래도 애착가지며 선정한 책을 구해 읽으려 노력들 한다.
비록 불참하여 함께 느낌을 공유하지 못할지라도 전체적인 책 개요는
대충 파악은 하는 편이다. 당연 자의반 타의반 의무적으로 그 달 선정
된 책 한 권은 접해야 하기에 따로이 독서계절이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영양가만을 생각해 밥을 먹지 않듯이 멤버들 역시 독서를 통해
그 내용에만 충실하지는 않는다. 서로의 건재함을 필두로 세상살이,
경제와 문화, 정치까지 우리가 부패를 일소시키는 주역처럼 온갖 걱정
거리를 풀어 놓는다. 이것이 한편 독서보다 더 값진 시간이 되기에 난
얼렁뚱당 제대로 읽지도 않고 용감하게 참여하곤 했다.

이번에 읽은 책 "서양철학 기행1" 소개하고자 서론이 길어진 것 같다.
추천한 분이 자기 후배가 책을 시리즈로 출판할 예정이라고, 팔려주자는
심산으로 선정한 책이었다. 처음 시리즈라는 말이 선뜻 반갑지는 않았다.
그리고 철학이란 뉘앙스가 무겁고 딱딱할 것이란 예감에 혼자 궁시렁댔다
지난 달 선정한 도올 중용강의도 난해(難解) 해 납득이 가지 않았건만,
이번도 머리에 스팀 나오지 않을까 하고 추천한 그 회계사를 째려보았다.
하지만 책을 접하고 난 후 그분께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다리품을 팔아가며 우리관점에서 서양철학 발상
지를 사진으로 담아 철학의 시대적 역사적 상황을 쉽게 소개한 책이다.
만물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대한 논쟁으로 시작되는 서양철학사는 일반
인에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울 때 철학의 탄생 배경과
상황에 대한 이해없이 그저 단순한 암기 위주로 해 왔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부담을 간단히 뭉개버리고 누구나 쉽게 철학을 접
할수 있도록 고대 철학의 모태인 그리스와 터키의 다양한 현재 흔적을
사진으로 담아준다. 특히 시대적, 역사적 상황이 잘 드러난 에피소드와
가상으로 꾸민 철학자들의 대화는 독자가 철학의 형성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준다.

어느 사진 작가보다 훌륭하게 찍은 유적과 미술 사진들. 그 선명한
사진을 올린 작가는 무려 필름 100통을 쓸 만큼 열심히, 이제 주춧돌만
남아 있는 현재 모습을 꼼꼼이 담아냈었다. 책을 읽는 동안 고대철학의
현장에 내가 참여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재미난 에피소드에 고개
끄덕이게 해주었고 쉽게 풀어놓은 스토리에 빨려들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9년을 치른 트로이 전쟁이 사과 때문에 빚은 것을 알 수 있는데,
황금사과를 얻기 위한 여신들의 작은 경쟁이 인간에게 엄청난 사건으로
나타난 것임을 이 책은 자세히 설명해 준다. 또 그리스인의 바이블인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를 쓴 호메로스에 대한 언급, 물과 더불어 철학이
시작된다고 주장한 탈레스, 그 탈레스에 가려 최초로 세계지도를 제작했고
최초로 해시계를 만든 철학의 영원한 2인자인 아낙시만드로스도 소개된다.

또 수학에 있어서 유명한 피타고라스. 그는 수학뿐 아니라 음악도 조예가
깊은 인물이다.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대장장이의 망치소리를 듣고 음악의
화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음악의 화음이 수 비례와 조화에 의해 이루어
진다는 것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다. 그의 고향 사모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스 전역에 훌륭한 사업, 즉 높이 266미터 산을 뚫은 터널, 바다속에
축조한 방파제, 세계 최대 신전인 헤라신전. 이 모두를 완성한 이가 바로
사모스인이다.

"영혼은 죽지 않고 윤회하는데 죄를 짓게 되어 육체라는 감옥에 갇혀
있다. 그 동안 끊임없이 육체의 감각과 욕구에 의해 시달릴 수밖에 없고
혼탁해 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달픈 윤회로부터 해방되려면 영혼은
정화의 길을 밟아야한다고, 인간의 영혼은 수학과 음악을 통해 정화되어
질서와 조화를 회복해 자신의 근원인 대우주와 일치할 수 있다고......."
피타고라스는 말했다. 한번쯤 음미 해 볼 만한 말이 아닐까 싶다.

"철학을 생활속으로 " 이런 말이 무색하지 않게 철학은 현실과 유리된
것이 아닌 우리 생활 구석에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책에서 언급한 부분.
철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스스로 사유하는
것을 통해 철학은 어느 특정한 사람의 몫이 아닌 평범한 사람도 접할
수 있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동안 철학자들은 우리와 동 떨어진
무언가 특이한 인물인 냥 여긴 편견이 다소 벗겨진 느낌이다

이미 답사와 취재를 끝내고 집필만 남겨둔 2권이 내년에 나올 예정인데
벌써 기다려진다. 1권이 고대철학 답사라면 2권은 아테네 철학과 엘리아
학파에 대한 이야기로 꾸며진다고 했다. 10년 정도 넉넉하게 계획 세운
작가의 여유도 배우고 싶고 이 참에 쉽게 풀은 철학도 자주 접하고 싶다
"길거리에서 느낀 철학은 진공상태에 있는 게 아니라 역사 문화 예술과
분리될 수 없을 만큼 한덩어리였다는 거다"
이 책을 통해 서양미술과 문화, 그리고 고대 역사를 뒤늦게 음미할 수
있어 이 가을 독서의 계절에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유홍준씨가 "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이 책의 저자 이동희씨는
"아는 만큼 기억에도 남는 거라고" 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혹시
그리스를 방문하게 된다면 사진에 담긴 그 유적지가 낯설지만 않을
것 같다. 일부러 시간 내어 그리스 신화나 서양미술사를 공부하지
않아도 이 책을 접하면서 자연스레 배운 느낌이 들 정도로 책은
사유할 몫을 던져주었다. 작가는 서양 속담을 인용하며 강조한다.
"젊었을 때는 빚을져서라도 여행을 하라" 고 이 책을 읽는 내내
역시 무리하지 않으면 값진 경험과 추억이 빛나지 않을 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연주나라에서 출간된 클라리넷 OST"꿈"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

 

제목:The last waltz / "올드보이" 미도테마

실황 연주 녹음 했던것을 음질이 안좋아

재편집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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