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조각들

품격있게 화 내는법

와인매니아1 2008. 5. 24. 15:49
한국인에게 '화'는 가장 흔한 스트레스 증상이다. 백병원 스트레스센터가 성인 남녀 약 7000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떤 반응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지 조사한 결과,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분노'가 많았다. 외국은 우울이나 불안 반응이 많은 데 비해 우리나라는 '열 받는다' '화가 난다'는 반응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

뒷목으로 뭐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다든가, 속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화끈거리고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 같다는 증상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정신과 병명 중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이 딱 하나 있는 데, 그게 바로 '화병'이다.

화가 나면 인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우선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빨라진다. 신경질을 내거나 책상을 꽝 치며 성을 내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혈압이 올라가고 혈관에 응고물질이 증가한다. 심장에 불을 지핀 셈이다.

불길은 심장에 머물지 않고 뇌로 올라간다. 분노 반응이 생기면 기억과 정서를 담당하는 뇌 부위가 손상을 입는다. 2004년 하버드의대 연구에 따르면 가장 화가 났던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좌측 전두엽 부위의 혈액순환이 감소했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되면 뇌세포 활성이 떨어지고 손상이 온다. 결국 화를 자꾸 내면 뇌세포가 파괴돼 뇌가 쪼그라들게 된다.

분노(화)는 다른 감정과 달리 중독성과 전염성이 있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지 못하는 것처럼 분노 중독자는 분노를 끊지 못한다.


그렇다면 분노를 어떻게 해야 조절할 수 있을까. 분노를 해결하는 방식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A형은 불같이 폭발하는 스타일이다. '삼국지'의 장비와 같은 스타일로 A형은 혈압이 올라가거나 갑자기 쓰러지기 쉽다. 다혈질의 장비도 툭 하면 화를 내다가 비명횡사했다.

B형은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꾹 참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울화가 쌓여 신경성 질환에 잘 걸린다. 화병이나 소화불량, 두통이 많다.

화를 느끼지만 적절히 조절하고 자기 의사를 잘 표현하는 사람이 C형이다. 가장 바람직한 형태다.분노를 잘 표현하는 것은 저수지에 물길을 잘 내는 것과 같다. 저수지에 물이 많으면 비가 조금만 와도 넘칠 수 있다. 범람을 막으려면 미리 물길을 열어서 수량을 조절해야 한다.

반대로 물이 너무 오래 고여 있으면 썩게 마련이다. 감정도 오래 묵혀 두지 말고 그때그때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화를 낼 때는 세 가지 포인트에 해당하는 '분노해결지도'를 통해 화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첫 번째 포인트는 화를 낼 때 '내 건강과 바꿀 만큼 중요한 일인가'다. 화를 낼 만한 가치가 없는 사소한 상황인지, 내 건강과 맞바꿔서라도 화를 내야 할 상황인지 판단한다.

별거 아니라면 "흥, 웃기네"라고 힘차게 소리내 비웃어 본다. 아니면 분노 대신 진한 동정을 보내보라. 화나게 한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며 "에이 불쌍한 녀석!"하고 혀를 찬다. 마음이 훨씬 편안해질 것이다.

두 번째 포인트는 '정당한 분노인가'다. 과연 그렇게 생각한 것이 정당한지, 정당하다면 증거가 무엇인지, 틀렸을 가능성은 없는지 따져본다. 사실 화가 난 것은 다른 사람 때문인데 엉뚱한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강자에게 화가 난 것을 약자에게 푸는 것이다. 정당하지 않은 화는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결과를 낳는다.

분노라는 감정의 노예가 되면 그 순간에는 그게 꼭 사실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대개 어리석은 본능이 부채질한 한순간의 실수일 뿐이다.

세 번째 포인트는 '그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가'다. '화를 낸 것이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나에게 어떤 이득과 손실을 가져다 줄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내게 가장 유리한 행동인가' 등 손익계산을 해보는 것이다.

■ 도움말=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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