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조각들

남편 생일

와인매니아1 2017. 2. 20. 05:17

 

 

 

 

 

 

 

 

 

 

 

 

 

 

 

 

 

 

 

대동강 물도 풀려 봄기운이 시작된다는 우수. 예로부터 우수에 꽃샘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린다고, 한동안 초록의 봄기운에 옷 차림이 한결 가벼워졌는데, 오늘 바람은 어제와 다르다.

 

음력으로 오늘 18일 남편 생일이다.

생일날이면 우리는 으레 미역국을 떠올린다. 미역국이 있어야 생일밥상이 완성되는 것이다 마트에서 국거리고기를 챙기며 일주일 후 맞을 내생일용까지 무겁게 담아보앗다.

미역국을 끓이면서 냉장고에 휴면 상태로 숨죽여 잇던 재료들도 꺼내 없는 솜씨를 부려보앗다.

 

남편은 불타는 내 의욕에 불안과 미씸쩍은 눈치로 만류햇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막상 굽고 끓인 음식 냄새에 호기심이 잔뜩 묻은 얼굴로 맛보기 바쁘다. 접시에 담은 즉시 입에 들어가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다. 맛잇게 먹어주니 나의 음식솜씨가 늘어난 줄 알고 우쭐해진다. 물론 내 착각인지도 모른다.

 

이번 생일에는 가까이 사시는 시숙과 시누이, 그리고 아들커플과 외식를 하기로 약속햇다. 아침, 생일 케잌을 함게 하자고 잠자는 아들을 깨웟다. 여전히 철없는 아들은 잠에 취해 잇어 축하에 의미가 없는 눈치다. 여친 만날때는 일찍 기상하더니 부모한테는 무성의하다. 또

선물대신 현금으로 내미는것도 못마땅햇다.

해서 미리 말하길, 엄마생일에는 백만원을 넣으라고 경고햇다.

 

예약한 식당룸에 7명이 모이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엇다. 예비며느리와 고모들과는 일전에 인사를 나누엇기에 포옹하며 아주 살갑게 맞아주신다. 입에 자물쇠를 채운 무뚝뚝한 시숙은 역시 말을 아끼며 물과 기름처럼 군다.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햇다. 역시 포만감이 사람을 여유롭게 만드는지 각종 음식이 비워지고 넉넉히 채운 후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햇다.

 

내가 나이를 먹은 탓인지 나이든 고모들과의 시간들이 갈수록 편하고 푸근해진다. 예전 어렵고 따분하던 가족이 아닌 이제야 식구같은 느낌이 들어 자주 만나고 싶다. 일주일뒤 다시

외식을 갖자고 말하니 남는게 시간밖에 없다고 아이처럼 좋아하신다. 아들커플은 어른과의 외식을 별로 달가와 하지 않겟지만, 그래도 착한 미소로 함게 합류 하겟다고 말한다.

큰 이벤트없이 조용히 보낸 남편생일이엿다.

#생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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