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리뷰(서평 모음)

결혼은 미친 짓이다

와인매니아1 2005. 8. 17. 23:42
 

세상 아무것에도 마음 붙이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제 아무리 반듯하고 당당한 독신자라 외쳐도 남모르는 고독, 허전함이 쌓이기 마련이고 또 독불장군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달이 차면 기울 듯 나이 들면 누구나 결혼을 심히 고려한다.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라는 결혼을 해보고 후회하자는 쪽으로 ..... 진짜 이 사람이다 라고, 때마침 사회적으로 정해진 결혼 적령기 때에 용하게 나타난 사람을 우린 운명적인 사람이라 칭하며 결혼을 결심한다.


물론 그 이전 스쳐 지나간 인연도 있었지만 적령기가 아니라는 점으로 그 사랑은 애시당초 결혼과는 거리 멀게 느낀다. 어떤 이는 적령기에 만난 사람 중에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게 우습지 않느냐고 말을 던진다. 그가 바로 "결혼은 미친 짓이다" 라는 소설을 우리 앞에 들고 외친다.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 이만교씨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 작품은 사회 관습에서 일탈된 연인들의 모습과 결혼 뒤에 숨긴 위선. 속물사회에서 결혼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결혼은 개인의 다양한 욕구를 교묘히 관리하는 지배이데올로기 라는 진지한 메시지까지 던진다. 사실 기혼자들이 여간 노력하지 않으면 지탱하기 힘든 것이 결혼이라 누누히 말해도 그럼에도 남의 이야기처럼 흘리며 짝을 이루는 이유는? 서로의 눈에 뭐가 씌인 연애시절은 그저 미운 것보다 이쁜 것만 보이고 함께 있는 시간은 왜 그리 빨리 흐르는지, 얼마 후 닥칠 작별이 아쉬워 한시도 떨어지기 싫은 마음에 마침내 가정이란 사회구성을 이루고 싶은거다. 그것이 바로 고생문인 줄 그 당시는 까마득히 모른 채 세상이 제 것마냥 부러운 게 없다. 그래서 인생은 모두 속으며 산다는 진리가 나온 건지도 모른다.


요즘 결혼한 사람에게 우스개로 회자되는 말 중에 의미심장한 말이있다 결혼 전 "너 없이 못살아" 부르짖던 사람이 결혼 후 "너 때문에 못 살아" 전(前)과 후에 뒤바뀐 언어처럼 부부의 인생행로도 수월하지만은 않다. 세상에 어느 벌판 어느 정원에도 열흘 붉은 꽃이란 있을 수 없고 열흘 붉어지지 않은 꽃도 있을 수 없듯 시간이란 인간의 삶을 변하게 하고 인간의 모습조차 변하게 하기에 그러할 것이다


행복에 겨운 꿀맛같은 시간이 3개월을 채 넘기지 못한다는 보고도 있고 해서 평생 결혼하지 않고 계속 연인관계로 붙잡아 두면 재미 날 것 같은데 어느 누가 밑지는 장사만 하랴! 그럼에도 분명 밑지더라도, 사랑의 힘에 유혹 당해 집안반대를 무릅쓰고 사생결단 결혼 감행하는 이도 주위에 꼭 있지 않던가! 그 중에 '내 눈 내 찔렀다고' '왜 더 말리지 않았냐' 하고 뒤늦게 통곡하는 이도 틀림없이 나오면서 말이다. 결혼이 사랑의 결실이면 더할 나위없지만 때론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사회적 필요성 때문에 등 사랑없이 조건만 따지고 감행하는 결혼은 다소 위험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물질 만능시대에 좀 더 편하고 화려한 삶을 추구하고 싶은 현대인에게 조건을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빵만으로 살수 없듯 잠시의 안락을 위해 평생 동반자로 살아야 할 사람과의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닥치는 불행은 겉 조건 만으로 포장할 수 없지 않는가! 이 점을 확인시켜준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아주 가볍게 이 소설을 맛보자면 조건을 따져 의사와 결혼한 여자와 미혼의 시간 강사 남자와의 불륜(不倫) 이야기라 할수 있다. 그들은 친구가 소개한, 맞선이란 형식을 통해 만난다. 미모를 겸비한 여자는 이 남자가 마음에 들지만 '가난한' 시간강사라는 점을 들어 결혼 상대자로서 제외시킨다. 그래서 첫만남에서 파격적인 포르노(?) 연기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남자 역시 그녀의 정기적인 섹스파트너 이외에도 다른 여자를 짬짬이 만난다. 비록 못생겼지만 장래가 보장된 의사에게 시집을 간 그녀는 시간 강사와의 단칸방 사랑놀음도 즐기는, 격주에 한번씩 주말부부 행세를 하며 지낸다.


하지만 가끔 파생하는 사소한 일조차 힘겨워지는 걸 느낀 남자는 이 불륜이 더 이상 지탱키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두 남자랑 결혼 할수 없음을 깨달은 여자도 구차하게 매달리지 않는다. 영악한 이 여성 행위가 바로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여기서 작가는 속물화된 사회에서 결혼은 낭만과 거리 먼, 물질적 거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지극히 상투적인 해석에 유쾌하게 수긍이 간다


결혼한 커플 중 결혼을 한번 후회해 보지 않은 커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누구나 결혼 할때 나의 파랑새니, 반쪽, 이상형이니 온갖 명분을 내세워 유일한 내 사랑임을 강조하지만 그럼에도 불합리하고 일방적 희생을 강요 당하는 현실 앞에 지리멸렬한 삶에 엄청 실망을 하곤 한다. 거기다 아이까지 생기면 자신에게 못하는 것 투성인 일상에 자아는 없고 어느 날 무임금 일꾼만 달랑 남겨진 현상을 여성이면 능히 동감을 표할 것이다.


그 어떤 만남에도 우리는 서로가 어떤 식의 기대를 한다, 미약한 부분을 보충해 주고, 여유와 넉넉한 마음씀, 등등 이런 기대가 많을수록 실망도 커지고 기대가 많으면 어느 새 요구가 된다.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자존심이 상하고 한두번 섭섭한 나머지 벽을 만들고 만다. 사람은 무엇인가 고통을 견디면서 성숙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세상을 산다는 것이 뭔가 하고 허망함을 감출 수 없는 지경까지 다다른다 내 뱃속으로 낳은 자식도 내 맘대로 못하는데 내 속으로 낳지도 않은 배우자를 내 맘대로 좌지우지 하려고 든다면 힘겨운 신경전은 끝이 없고 아 옛날이여 노래만 되새기게 된다. 그러면 결혼은 괴로움의 격전장이 되어 죽을 맛나는 결혼은 할 게 못된다 소리가 저절로 나올 것이다.


결혼한 사람들은 모두 행복을 선택하고 싶다. 하지만 인간의 행.불행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알면서 재혼을 서두르듯 결혼은 후회되더라도 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는 것이다. 단 미친 짓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남녀 유별시대가 아닌 남녀 조화시대라는 인식은 꼭 필요하다. 같은 점을 찾되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는 자세와 함께 말이다.

사람들이 하필 그 전에 사랑한 사람이나 그 후에 사랑할 사람이 아닌, 바로 지금의 그 사람이랑 결혼하게 되는 건 단지, 그 사람을 결혼적령기에 만났기 때문이라는 거야 .

          

                   Samba Pa Ti - Ottmar Lie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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