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달콤한 영화가 우리 곁에 섰다.
아름다운 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가을과 겨울을 깔끔하게,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린 영화 "뉴욕의 가을" 이 찾아왔다.
한국 가을도 맑고 고와서 청명 그 자체로 묘사하지만 영화에서 본
뉴욕의 가을도 우리네 가을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노오란
낙엽이 우수수 깔린 센트럴파크, 항구와 야경(夜景) 등 뉴욕 풍경이
화려하게 스크린을 채우며 가을 정서를 고조시킨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그것도 26살 차이가 나는 러브스토리는 세인의
주목을 끈다. 특히 고독과 우수가 깃든 이 계절에 가슴 시린 스토리는
메마른 감성을 자극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가을은 코메디보다 멜로물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제목조차 가을이 들어가면 더 호기심이 생긴다.
더군다나 헐리웃의 로맨티스트 리처드기어와 청순한 위노나 라이더가
감미로운 포즈를 취하는데 어떻게 호기심을 거둘수 있을까!
멜로물이 그렇듯이 시한부 인생의 사랑결말이 어떻게 전개 될지 누구나
짐작한다. 그런 뻔한 상투설정에 익숙하면서도 우린 또 빠져들어간다.
죽음으로 갈라서는 비극에 사랑의 숭고와 안타까움이 진해서일까?
아님 죽음이 진정한 사랑을 빛내 주었기 때문일까, 하여튼 비극의
엔딩은 늘 주인공이 보여주는 슬픔 못지 않게 관객도 동참하게 된다.
감미로운 사랑을 꿈꾸는 이 계절에 썩 어울리는 이 영화를 돌아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48살 사업가 남자와 22살 여대생의 사랑.
세대를 넘은 사랑이 무리한 설정임에도 시사하는 메시지도 더러 있다.
진실한 사랑 앞에 인스턴트 사랑법도 녹아 바뀌어진다는 사실을.......
뉴욕의 저명한 사업가인 윌은 진정한 사랑은 없다고...여러 여자들과
사랑을 나누지만 여자의 순정(純情)을 받아들이지 않는 바람둥이다.
자유분방한 그에게 순수한 마음씨의 살롯이란 20대 여자가 나타난다.
진실한 영혼의 살롯은 가볍게 여자를 유혹하는 그가 예전 자기 엄마의
애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랑에 빨려든다. 여자 차기, 요리밖에
할 줄 모르는 그도 풋풋한 그녀에게 반하고 차츰 매력을 느낀다.
두사람이 교제하고 있는 과정에 남자의 바람기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구속을 싫어하는 그는 마음가는데로 옛애인과 정사를 갖고 시침을 땐다.
남자가 양심을 속이는 행위에 실망한 그녀는 결별을 선언한다. 헤어지고
나서야 남자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찾아간다.
다시 사랑 할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하지만 그들에겐 달콤한 사랑을
나눌수 있는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불치의 병으로
생명이 꺼져가고 있었고 생각 외로 진행속도는 빨라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남자를 여자를 살리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인다.
이 시점에서 어떤 기적이 일어나 해피엔드로 영화가 마감되면 김 빠진
맥주같을 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 다소 아련한 여운과 슬픔을
던져야, 중후한 남자의 눈물을 보여주어야 영화가 더 생생할수도 있다.
남아 있는 한쪽이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풍경을 보며 미처
접고 있었던 감성에 사로잡혀 이 계절의 쓸쓸함에 푹 빠질수 있다.
얼마 지난 후 그 가슴시린 장면을 야곰야곰 씹는 맛도 즐기면서 말이다.
지난 추억을 더듬는 일은 그 당시 답답하고 힘들어도 아름답게 미화된다.
영화속 남자도 그녀와의 추억을 되새길 때 짜증나던 것조차 그리워지듯이
감상한 관객 역시 아련한 장면에 한 폭의 그림을 꿰어맞추기도 한다.
과거 시간에 묻힌 어저께 영상이지만 지금도 낙엽이 깔린 센트럴파크를
혼자서 우산쓰며 걷는 모습. 커다란 눈망울의 여주인공의 얼굴이 눈 앞에서
어른 거린다. 마치 이제방금 영화문을 나선 것처럼 .......
아버지와 딸같은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아름답게 와닿기가 쉽지 않는데
감독을 맡은 중국 여배우 출신 조안 첸의 섬세한 여성연출 탓일까?
가을 깊숙이 빠지지 못한 이들에게 스크린을 통해서 이국 가을내음을
맡기 바라는 마음에서 한번 권해 볼 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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