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레슨
가을이 가기 전에 한번쯤은
떠나 볼 줄도 알아야지
좀 돌아서 갈 줄도 알아야지
좀
천천히 갈 줄도 알아야지
점점 높아지는 하늘
점점 얕아지는 땅
그 사이에서 점점 흔들리며 작아지는 나
새삼 느껴 볼
줄도 알아야지
떨어지는 잎, 다시 볼 줄도 알아야지
싸늘한 바람에 손만 흔들고 서 있는
나무들도, 다시 볼 줄
알아야지
좀 멀리 볼 줄도 알아야지
좀 가까이 볼 줄도 알아야지
깊은 것도
얕은 것도
함께 볼 줄
알아야지
가을이 가기 전에 가을비
아침 이슬같은 빗물로 만나
한번쯤 썰렁한 가슴
젖어 볼 줄도
알아야지
가을이 가기 전에, 한번쯤은......
* 이 글은 채 희문 작입니다
아이가 받아오는 학교통신문에 적힌
이 글은
채 항유하지 못한 이 가을을,
후다닥 흩어보내는 것 같아 손에 잡히지 않은
초조감을 걷고 싶다고 할까요?
가을
서정을 다시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같아 여기 옮겨 봅니다.
서걱거리며 바쁜 일상 속
맑은 하늘 한번 보는
여유조차
인색해 버린 우리들의 삶.
빛의 알갱이들의 단란한 축제를,
비록 짧게 머물다 쑥 들어가는 가을
정취지만
오늘
가을 하늘 눈 시리게 보는 것으로
가을을 만끽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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