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조각들

여름꽃 단상

와인매니아1 2012. 6. 25. 05:01

기상나팔을 불고 있는 나팔꽃이 투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날이었다.

늘 자주 다니는 도로이건만 그날따라 여름에 피어나는 꽃에 시선이

꼽힌 적이 별반 드물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군데군데 무궁화나 민들레가

잠시 눈에 들어온 적이 있었지만 큰 자극 받지 못한채 지나친 적은 있었네

아마도 장미나 난 같은 화초가 거실과 사무실을 점령하며 화려함을 뽐낸 탓에

흔히 볼수 있는 소박한 꽃들에 별 감흥없이 스쳐 지나고 만 탓이였겠지.

 

그런데 그날은 한줄기 접시꽃이 담장밖에서 무슨 고민에 빠져 있는지

혼자서 고적하게 있는 모양새가 그냥 슥 지나치기엔 미련을 던지는게 아닌가!

고개를 높이 쳐들고 세상구경 하느라 여념이 없는 꽃과는 대조적으로

한 줄기.........오직 그 담장에 한줄기 접시꽃이 연지곤지 새색시의 붉은 얼굴로

서 있는 폼에 그만 여름꽃에 다소곳이 생각을 펼치게 된다.

누군가와 함께 이 시골길의 근사한 전경을 함께 보았더라면 좋을걸........

가끔.......가을하늘만 높은게 아닌  뜨거운 여름 하늘도 높고 맑음에 경이롭다.

 

철마다 건너띔 없이 늘 질긴 생명력으로, 또한 시골에 어울리는 풍경색으로

조화를 이루며 자연에 순응하는 여름 꽃을 보면 뭔가 하나 건진 느낌이 든다.

그 어떤 풀이나 잡초도 결코 화려함은 아닐지라도, 다 자기 역할이 있으며

보는 관점에 따라 그 가치를 스스로 인정 받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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