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에서 꽃샘추위가 말썽을 부린다. 바람은 쌀쌀한데 노오란 햇살 기운이 화사해 포근하다는 착각이든다. 하지만 거리의 산책을 나선 사람들의 옷차림은 두껍다. 옷차림처럼 내 마음도 두껍다.
오늘은 남편 생일이다. 가까이 거주하는 시누이와 아들내외랑 점심 식사를 할 예정으로 미리 예약해 두엇다. 어젯밤 미역국과 케잌을 준비해놓고 둘이서 오붓이 와인한잔을 나누엇다.
막내로부터 연락이 없어 아무래도 아침 축하가 어려울것 같아 우리끼리 미리 폭죽을 터트리며 축하파티를 하자고 해도 남편은 아들과 함게를 고집햇다. 근데 아침이 되어도 큰아들내외도 무소식, 내려온다는 막내조차 연락이 없다. 현대인들의 분주함을 썩 내키지 않는 이해심으로 무장하며 서운한 마음을 참아본다. 남편 역시 못내 섭섭함을 감추지 않은채, 괘심한것들~ 볼멘소리로 심사가 틀린 것을 들어내고 잇엇다.
서운하고 불편한 마음이 드는것은 어쩌면 내가 아이들에게 기울인 사랑만큼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또 자식의 의무나 도리. 예의라는 상식에서 한참 멀어지고 잇음에 스스로에게 화가 일어낫는지도 모른다.
몰라서 행하지 못함을 묵혀두기보담. 아니 서운한 내 심정을 털어내기 위해 며느리에게 몇마디 언질을 해두엇다. 과거에는 여럿이 모여 생일상을 차리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잔치를 열었지만, 현대는 생일의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아침에 가족끼리 간단한 식사나 인사정도를 하며 가족애와 사랑을 나누는게 사람사는 정이 아닐까싶엇다.
갈수록 부모노릇. 어른노릇이 힘들다. 결혼한 자녀들이 잘 살면 효도가 아닐까 생각하다가 너무 철없는 면모나 이기적인 행동에 맞닥들이면 냉정하게 외면하고 싶은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생일선물로 구두와 손편지를 정성스럽게 적어 아버님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표현한 며느리에게 고마움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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