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조각들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와인매니아1 2018. 3. 6. 22:52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다. 초목에 싹이 돋아난다는 절기답게 포근한 날이다.

경칩은 본격적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로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날이다.

도심을 벗어나 야외 웅덩이나 개울속에서 개구리가 헤엄치거나 짝짖기와 산란으로 요란할 것이다.

 

지난 연말 모임을 가진 이후,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마냥 경칩에 기지개를 쭉펴고 오랜만에 식사자리를 마련햇다. 그녀들과 몇개월만에 해후인데도 늘 변함없는 모습과 행동으로 눈앞에 서잇다. 나만 미운오리새끼처럼 늙어버린 느낌이다.

그러고보면 내 마음이 해마다 야금야금 늙어가고 잇는 모양이다.

 

잠시후 테이블에 올라오는 채식 메뉴들. 건강해지는 느낌의 정갈한 채식밥상은 후각, 시각으로 호사를 누리는것 같다. 구수한 집된장맛이 나는 된장찌개를 비롯 야채쌈. 부추전. 각종 나물로 한상가득 차려진 밥상은 인간적인 이야기의 토대가 된다. 많이 먹지 않아도 기분은 산뜻하다.

 

항상 여성끼리 온갖 수다를 풀다보면 깨알같은 웃음은 기본이고. 총천연색의 파노라마를 펼치며 폭소도 예외없다. 가정사, 여행, 사회비판과 정치까지 영역을 넓히며, 특히 내 자녀의 흉을 비치며 서운함을 토로할때면, 자녀를 출가시킨 어른이 맞나 의아할 때가 잇다.

 

나의 사적 영역을 안다는 미명하에 그들에게 인정사정없이 자식을 도마에 올리는걸 주저하지않는 내가 유치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한마디 위로멘트 '얘들이 심성이 착하다'는 말에 살짝 금이간 마음이 용해되고 또 아이같은 옹졸함이 풀린다. 과하지 않는 수다는 약이 되듯 식사가 단순 끼니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 되기도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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