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그 자체

젊어 보이고 싶은 욕구

와인매니아1 2001. 9. 6. 14:00

 

사람들은 나이보다 젊은 모습을 지니고자 애쓴다. 젊고자 하는 욕망은

중년 뿐 아니라 초로에 든 노인도 비슷하지 않나 싶다. 세월을 껴

입을수록 생기는 주름과 군살이 완숙보다는 반갑찮은 관록으로 비친다

때문에 아름다움과 젊어지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기도, 혹은 날씬한 몸

매를 갖추고자 다이어트식품에 투자하는 열성을 보인다. 이런 극성이

어디 여자에게만 해당될까, 중년에 접었던 남자 역시 거울에 잡히는

흰머리에 '내가 늙어가는구나, 이제 염색해야 되나? '걱정이다. 요사

이 염색을 해야 현대인 축에 드는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은발, 금발에

마치 외국을 헤매고 있는 냥 어떤 날은 헷갈리기도 하다.


심지어 철가방 든 은발의 남자가 외국인인 줄 알고 나는 생각했다.

3D업종을 꺼려하는 요즘 실정에 외국 근로자를 고용한 모양이라고....

나중에 자세히 보고 그가 한국인임을 알고 혀를 내 둘린 일화도 있다.

하여튼 요즘 젊은이들은 미리 늙음을 맛보려는지 은색 백발도 해 다닌다.

거리에서 만난 검은머리가 오히려 특이한 색으로 눈에 잡히듯 대다수의

머리는 모두 염색머리다. 이것은 유행 탓도 있겠지만 좀더 멋있어

보이고 개성 넘치게 튀고 싶은 욕심에서 아닐까, 그리고 젊음의 한때를

확실히 장식하고 싶은 방편이기도 하니까


중년인 나 또한 유행에 뒤지면 왕따 당할까 노랑에 가까운 머리다.

타고난 갈색머리에 더 밝은 색을 입혔더니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로

'젊어 보인다' '어울린다' 을 이구동성으로 해주니 염색은 당연시 여긴다.

마치 머리 길어지면 커트 해야 하듯이...사실 염색이 사람의 이미지를

전환시키기도 한다. 날카롭고 다소 딱딱한 이미지를 훨씬 부드럽게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물론 나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때론 젊어 보이는 효과와 세련미를 창출해 주기에 미용실에

투자하는 약간의 출혈이 아깝기는커녕 상큼하기도 하다.


때때로 젊고자 하는 것은 순전히 돈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여성의 관심사인 다이어트를 보면 당연히 돈이 투자되어야, 이를테면

운동기구나 건강식품 혹은 전문관리를 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우린 경험으로 안다. 부수적인 그런 도구와 장소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결국은 돈보다 몇 갑절 더 필요한 것은 굳은 의지와 인내,

아름다워지고 싶은 절실한 마음에 있다는 것을...그래서 꼭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끔 다이어트를 입으로만 걱정하는 건강한(?) 아줌마를 보게 된다.

스스로 웬수덩어리라 구박하는 두둑한 뱃살은 비만의 관록처럼 보인다

사실 사랑에 있어 사랑한다는 사실만으로 사랑이 되질 않는다.

만나서 자꾸 그 사실을 확인 또 표현해야 사랑이 익듯이 다이어트 역

시 걱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닌 각오와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쥐어뜯

듯 뱃살을 미워하는 행동보다 먹거리, 운동 또 소일거리가 효과적임을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치명적 게으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우나를 즐겨 하는 나에게 어쩌다 낯모르는 이에게 질문을 받는다.

왜 비만도 아닌데 땀 빼느냐고, 살 빼는 비결이 뭔가 하는 질문이다.

내게 좋은 약이 다른 이에게 보약이 될 수 없듯 내 방식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萬의 하나 효과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도움이

될까 몇 마디 주절주절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럴싸한 말일지라도

듣는 사람이 내 것으로 소화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말이 된다. 그

순간 수긍과 실천하겠다는 결심을 머리로만 하고 확고한 각오로 행동

에 옮기지 않으면 하나 마나가 된다. 뭐랄까 아직 절실하지 않다고 할

까. 금방 답답하다며 물을 찾고 음료수를 마시고...그래서 다어이트는

머나먼 쏭바강처럼 끝내 멀기만 하다.


사실 내 경험상, 우연히 들은 민간요법이 때론 요긴 할 때도, 알찬

것 일 수 있는데 단지 '공짜' 라는 이유로 쉽게 놓치는 게 아닐까 싶

다. 만약 돈주고 듣는 강의라면 장기간은 미지수지만 잠시 동안은 실

험과 흉내내기는 하지 않을까. 그래서 뭐든 값을 지불하고 하라는 말

이 이런 연유로 나온 것이리라. 뼈 없이 재잘대는 여성들 수다 거리에

혹자는 곱상치 않는 시선이 던지지만, 쓸데없는 말의 난무 속에 가끔

돈으로 살수 없는 희귀한 정보도 있기에 난 수다도 즐겨하는 편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일정부분 노력과 투지, 남 모르는 고충이있어야

기대한 목표량에 도달할 수 있는 법이다. 나 역시 출산 후에 불어난

체중으로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었다. 산후 우울증과 겹쳐 볼품없는

배와 탄력 잃은 피부를 보니 살맛이 확 달아날 지경이었다. 간혹

우리는 편견을 갖는다. 뚱뚱하면 행동도, 성격도 미련하고 답답하리라

는 것을.....평소 내가 그런 왜곡된 편견을 타인에게 적용시키곤 했다.

내게 해당되는 편견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난 가만히 있을 수 없었

다. 급기야 힘든 노력 뒤에 출산 전 몸으로 되돌아 왔고, 현상 유지를

위해 다이어트는 평생의 숙제인 냥 늘 긴장의 끈을 놓진 않고 지낸다.


며칠 전 택배가 배달되었다. 돌기가 촘촘히 박히는 매직 훌라후프였

다. 큰 아이는 조립식 장난감인 냥 주물럭거리며 훌라후프를 조립했다.

돌기가 박힌 운동기구는 늘씬한 큰아이와 어미에겐 무용지물이지만

남편과 작은아이에게 필요한 운동기구였다. 늘 그렇듯이 반성하자고

하면 안 해도 될 사람이 반성하고 정작 반성할 사람은 전혀 안 한다.

단지 '귀찮다' '잘 못한다'는 이유를 내 세워 눈앞에 대령해줘도 이용

안 하는데 비만의 공통점은 의지 보담 당연 게으름에 있다.


그럼 내가 하지 뭐......나이트크럽에서 돈주고 춤도 추는데, 흔들고

다이어트까지 일석이조인데 안 할 수 없다. 그래서 매일 테크노음악에

맞춰 30분간 투자했다. 가벼운 훌라후프도 30분하면 땀이 줄줄 흐른다.

노동한 것도, 보람된 일을 한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땀 흘린 내 모습

이 대견하다. 평소 게으름 왕초답게 운동부족에 움직이는 것 싫어하는

내 습관 탓에 비 오듯 땀 흘린 모습이 신통했기 때문이다.

원래 하던 '짓'도 멍석 깔아 놓으면 안 한다고 구석에 세워 둘 때 쳐다

보지 않더니만 내가 하니 큰 아이도 하겠다고 안달이다. 진짜 해야 될

막내와 남편은 거실 복판에서 통행불편을 초래한다고 짜증을 부린다.


저녁 무렵 귀가한 남편의 손에 뜻밖에 꾸러미가 들여있었다. 일전에

키토산 책자를 갖고 와서 꼼꼼히 읽어보라고 권했다. 깨알같은 글자로

만병 통치약처럼 온갖 효능이 다 적힌 설명과 체험담 책자였다. 대충

근성으로 훑어보았던 그 키토산 '킹파워'(이름 한번 찬란하다)를 거금

주고 냉큼 사 갖고 온 것이다. '당신 비쩍 골았는데 난 해골과 못살아'

참 어이가 없는 광경이다. 누군 살 빠져 보기 좋다, 젊어 보인다고 난

리인데 한쪽은 뼈다귀타령에 살찌기를 기대하다니....


중년여성이 적당히 살붙는 것이 보기 좋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날씬한

사람의 옷맵시나 스타일이 보기 좋고 젊어 보이지 않던가! 이 점에서

'날씬'은 여성들의 영원한 바램이요, 테마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감각

젊어 보이려는 노력, 아름다움에 바치는 시간은 결코 헛된 투자가 아

니라는 생각이다. 언젠가는 확대 재생산되는 투자이고, 자신에 차 있는

당당함까지 추가시킨다. 그래서 자기관리에 충실한 것도 인생을 살 맛

나게 해주는 요소는 아닐지. 나 역시 자기 관리에 철저한 여성에게는

한번쯤 시선이 더 머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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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ya - only Time

Enya - Memory Of Tr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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