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그 자체

향수선물

와인매니아1 2001. 10. 13. 13:10


 

 

하루 종일 졸던 가로등이 다시 환한 제 빛깔을 뽐내는 저녁이다
그 휘황한 금빛과 어울리는 황금포장의 향수를 선물 받았다. 선물이라
는 뉘앙스만으로 설레는데, 내용물까지 평소 즐겨하는 것을 받을 때의
기분은 달콤한 캔디를 입안 가득 머금고 있는 것만 같다.
티끌 한점없는 노란 포장지위에 빨간 띠로 품격을 더한 선물 꾸러미는
엘리자베스 아덴의 "5th avenue" 이 들어 있었다. 워낙 유명한 향수라
향수에 문외한일지라도 한 두번 들어봄직한 것이리라. 향기도 큰 거부감
일으키지 않을 만큼 은은한 것이기에 꼭히 남녀공용 구분할 것도 없다.

그 어떤 선물이든 받아서 기분 좋지 않을 것이 어디 있을까만 내겐 향수
선물이 그 무엇보다 상큼한 품목이다. 때때로 향수선물은 여러 향기를 음
미하는 기회도 주고 또 내가 갖고 있는 얕은 향수 식견을 확대시키기에,
고급스런 향기만큼 사람마음을 우아하게 사로잡는 품목이라 생각한다.
특히 향수선물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개성과 향을 곰곰히 연상해본다.
다소 신경을 써야 기쁨과 감탄의 선택이 될수 있기에 때론 주의와 세심이
요구된다. '어떤 것을 선택할까?' '이 향기가 그분에게 어울릴까?' 이러한
생각의 주파수를 많이 해야하는 것 중의 하나가 향수가 아닐까 싶다.때론
이런 성의를 알기에 선물을 선뜻 받고 사용하기엔 아까운 느낌도 든다.

비록 향기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상대 취향을 배려하는 마음이 추가로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면 감상하는 것으로도 산뜻하고 흡족하다. 나 역시
향수를 선물할라치면 평소 상대의 취향을 100프로 염두에 두고 고른다.
은은한 향을 즐겨하는 타입, 무스크향처럼 다소 진한 향을 즐겨하는 타입,
언제나 풀꽃같은 이미지로 연상되는 스타일 등 나름대로 요모조모 생각의
교차로를 내 딴엔 서성이며 어줍잖은 성의를 표하곤 한다.

옛부터 마음이 들어있지 않는 선물상자는 빈 상자와 같다고 했다.
마음까지 곱게 포장해서 전달하면 가격 고하로 선물 가치를 논하기보담
상대 취향을 챙기는 그 마음때문에 가슴 뿌듯해 여기지 않을까? 실제 사람
의 마음을 얻는 것 만큼 기쁜 선물은 없다고 했다. 고가의 상품일지라도
상대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라면 저가의 가치도 되지 못한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은커녕 건조한 미소와 의례적인 인사말로 거치기도 한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기호를 갖고 있는지 평소 꼼꼼히 체크하지
않으면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다. 간단한 손수건 한 장조차 문양과
색상에 신경 쓴다면 받는 감동이 색다른데, 장시간 애용하는 향수일 경우
상대방 스타일과 분위기에 대한 관찰없이는 하기 어렵다고 본다. 물론 향수
판매원이 조언을 참고한다면 후회와 실패 확률은 적겠지만, 그래도 다소
고심한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면 더 감동을 받을 것 같다.

상대의 소품을 유추해 가면서 또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포장된 향수
선물은 그래서 감각적 용기만큼 멋스럽게 내게 다가온다. 그러기에
받았을때의 그 황홀함이 사용하는 동안 내내 지속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번 살짝 뿌리면 몇시간 지속되듯이 감사하는 마음도 다른 것에 비해
두고두고 생각날 때가 많다.
오늘은 아덴 5번가를 뿌리고 5번가 비슷한 구역을 어슬렁거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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